한동훈도 ‘폭로 역풍’에 화들짝…막판 판세 흔들까
한 ‘공소 취소 청탁’ 폭로 사과 … 나경원 “사과 진정성 없어”
“당원 표심에 영향, 결선행 가능성” “어대한 뒤집지는 못해”
국민의힘 영남권 재선의원은 18일 “당원들은 기본적으로 남 욕하는 네거티브를 싫어한다.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에만 매달리니 지지율이 정체되는 것이다. 더욱이 앞서가는 한 후보가 네거티브(‘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를 꺼내들었으니 당원들의 실망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전직 의원은 “한 후보의 폭로는 당원들에게 ‘역시 저 사람은 여전히 칼 휘두르는 검사구나’ ‘당에 대한 애정은 전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것이다. 한 후보가 큰 실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19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한 후보의 ‘공소 취소 청탁’ 폭로가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경쟁후보들 뿐 아니라 당내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한 후보가 18일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지만 일각에서는 “당원 표심에 영향을 미쳐 판세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18일 밤 실시된 5차 방송토론회에서도 한 후보의 폭로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한 후보의 폭로 상대였던 나경원 후보는 “마치 제가 사적인 청탁을 한 것처럼 말해서 상당히 놀랐다”며 “패스트트랙 사건 기소가 맞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 후보는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사과드렸다”며 “그때 그 기소를 한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법에 따라 기소된 것”이라고 답했다. 나 후보는 “헌법 질서를 바로잡아달라는 요청을 개인적 청탁인 것처럼 온 천하에 알리는 자세를 가진 분이 당 대표는커녕 당원으로서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누가 의회 민주주의 폭거에 나가 싸우겠나”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당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법무장관으로 수많은 정치인과 당원들과 대화했을 텐데 나중에 불리해지면 캐비닛 파일에서 꺼내서 약점 공격에 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19일 오전 나 후보는 한 후보의 토론회 발언을 거듭 비판했다. 나 후보는 SNS를 통해 “한 후보의 사과에는 진정성도, 진실함도 없었다. 한 후보는 ‘내가 무조건 맞다’는 독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는 본인의 ‘입 리스크’를 계속 드러냈다. 패스트트랙 기소에 대한 한 후보의 생각, 의견, 입장을 묻는 질문에 또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들이고 당을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쓰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18일 토론회에 앞서 한 후보는 자신의 ‘공소 취소 청탁’ 폭로를 사과했다. 한 후보는 SNS를 통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어제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 후보 캠프는 18일 오전 회의를 열어 한 후보의 폭로가 전당대회 표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뒤 한 후보에게 사과를 건의했다고 한다. 한 후보는 캠프의 요청을 즉각 수용해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는 전언이다. 한 후보캠프도 한 후보의 폭로가 당원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측은 1차 투표에서 65% 이상 득표율을 올려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는다는 구상이었지만, 한 후보의 폭로가 판세를 흔들 수도 있다고 걱정한 것이다.
보수성향이 강한 영남권에서는 “한 후보로 갈 표가 많이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끝날 것으로 봤는데 이탈표가 많아지면 결선행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한 후보가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것도 아니고,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을 뒤집을만한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19일부터 당원 투표가 시작되기 때문에 당원 표심에 영향을 미칠 시간이 부족하다”는 관전평도 내놓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