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수용 부당” 수용자 소송
국가상대 손해배상
전국 11개 교도소와 구치소 등에 수감됐던 24명이 과밀수용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수용자들과 대리인단은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인 18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리인단 단장인 좌세준 변호사는 “인권 사각지대 중 수용자 인권은 외면되는 분야”라며 “원고 24명 뿐 아니라 2만4000명 수용자들의 과밀수용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강송욱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1인당 2.58㎡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했고, 국가인권위 권고가 있었음에도 과밀수용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권평화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교정시설은 매년 초과 수용하고 있다.
연도별 1일 평균 수용자 인원은 2012년 정원의 99.5%였으나 지난해 9월까지 10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도 5만8201명으로 118.1%에 달했다.
수원구치소 한 혼거실의 경우 크기는 16.5㎡(5평)이지만 최대 12명의 수용자가 함께 생활한 적도 있다. 청주여자교도소 지난해 정원은 610명이었지만 210명을 초과하기도 했다.
구속수사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지만 벌금을 내지 못해 수용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벌금형 환형유치율은 6.90%였다. 벌금형 집행대상 54만5242건 중 3만7631건이 노역형으로 전환됐다.
벌금형 환형유치는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형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징역 또는 금고형이 종료되더라도 벌금 환산액수에 따라 노역장에 유치된다. 대개 경제적 사정으로 벌금낼 돈이 없는 경우다.
1년 2개월간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던 최인기 민주노련 부위원장은 “키가 작은 사람은 그나마 서로 발이 맞닿은 채로 잘 수 있었지만, 키가 보통이거나 큰 사람들은 무릎이 겹쳐있는 채로 자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이 끝나지 않은 사람은 죄인이 아니고 설령 죄를 지어도 수용자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기준에 따라 분리 수용하고 재범 예방 프로그램 모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리인단은 소송을 제기한 수용자들의 수용기간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액을 100만~500만원으로 정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수용자가 과밀수용에 대해 각자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