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보험보장, 손실보상에서 예방으로
1686년에 에드워드 로이드가 런던에 개장한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된 보험이 21세기에 들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전통적 글로벌 보험회사들이 여전히 세계보험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많은 인슈어테크 기업들이 보험의 역할을 손실보상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보험회사 중 2012년 뉴욕에서 설립된 오스카 헬스와 2015년 설립된 레모네이드가 있다.
오스카 헬스는 디지털 도구,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건강활동에 대한 보상을 통해 고객의 예방적 건강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레모네이드는 주택보험에서는 스마트 홈 기기와 연계한 위험감지 시스템을, 자동차보험에서는 텔레매틱스 기술을 적용해 위험을 예방하도록 한다. 이렇듯 이들 보험회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고 후 보상이 아닌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을 펼친다. 이를 위해 각종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고객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고객이 위험을 낮추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보상한다.
이들 보험회사는 비록 경영상 극복해야 할 여러 과제를 안고 있으나 다른 전통적 보험회사들이 예방적 기능을 채택하도록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아직은 보험의 주요한 역할이 손실보상에 있지만 앞으로는 예방적 역할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예방 중심 보험으로 전환해야 할 환경적 요인 많아
더구나 세계 보험시장에는 손실보상에서 예방 중심으로 보험의 역할을 전환해야 하는 환경적 요인들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첫째, 기술의 발전으로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둘째, 디지털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예방적 위험 관리에 대한 수용력이 커지고 있다. 셋째, 예방 조치를 통해 장기적인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어 보험회사와 고객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넷째, 기후변화나 사이버 위협 등 새롭고 거대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해 보험이 예방 중심적 역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첫째, 실시간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위험 예측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기술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 과학자나 위험 관리 전문가 등 새로운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기존 직원들에게 예방 중심 사고방식을 교육해야 한다.
셋째, 상품 개발 시 예방 서비스가 통합되도록 설계하고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예방 활동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다양한 전문서비스 제공업체들과 협업하여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데이터를 활용하여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준법 및 윤리성을 강화해야 한다.
보험 역할 전환 위해서는 규제와 감독체계도 발전해야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규제와 감독 체계도 발전해야 한다. 먼저 예방과 사전대응에 초점을 맞춘 보험상품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예방 활동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을 특별이익제공과 분리해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를 중시하면서도 이용을 통한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 사용에 관한 윤리적 및 법률적 기준을 조화롭고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보험시장에서도 보험의 예방적 역할을 반영한 상품 및 서비스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상품 및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다. 건강 화재 교통사고 재난 등의 위험은 사후에 보험금을 받는 것보다 예방해 막는 것의 효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점을 고려할 때 개선이 시급하다. 보험회사, 규제 및 감독기관,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협력할 때 우리는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