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정보공시의 힘, 개인정보보호 공시의 역할

2024-07-22 13:00:01 게재

필자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테슬라 등 미국주식에 투자한 이른 바 서학개미였다. 미국 주식시장은 한국시간으로 새벽 5시에 장이 종료되는데 한번은 장 종료 후 테슬라의 분기실적 발표가 공시되자마자 시간외거래에서 큰폭의 상승을 보이는 것을 보고는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공시라는 것이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만약 그 공시가 정확하지 않다면 얼마나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를 생각하니 새삼 공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졌다.

최근 전세계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엔비디아의 경우에도 5월 23일 새벽 6시(한국시간)에 실적공시를 하자마자 큰폭의 주가상승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많은 이해관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직접 소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공시라는 방식을 통해 소통하게 된다. 따라서 공시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적시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수다. 이를 공시의 3요소라 한다.

산업이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자가 늘어나면서 기업이 공시해야 할 정보가 늘어났다. 공정위 공시와 거래소 공시, 외부감사관련 공시, 지분공시, 증권발행 공시와 주요사항 보고 및 사업보고서, 분반기보고서 등 복잡하고 항목도 다양하다. 또한 공시 위반에 대한 제재도 상당히 무겁다. 상장회사가 공시 위반을 할 경우 거래정지는 물론 상장폐지까지도 할 수 있다.

개인정보활용, 개인정보보호 전제되어야

그동안 기업의 공시가 주로 재무상태 및 실적, 주식거래와 관련한 것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정보 공시(통상 ESG공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와 관련 공시의무화가 한참 논의 중이다. 한편 데이터경제 시대에 개인정보가 중요해지면서 관련 법령제정은 물론, 2020년 8월 합의제 중앙행정기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출범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개인정보란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정보의 불법 유출, 오남용, 사칭 및 사기 등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데이터경제 시대에 개인정보 활용은 정보주체로서 국민의 권리를 강화하고 사회·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이는 개인정보보호가 전제되어야만 정보주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전한 활용이 가능하다.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에게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기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나아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은행 카드사 통신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히 발생했고 최근에도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데이터 유실과 게임사이트 고객정보 해킹 사고가 있었다. 이러한 사건은 막대한 과징금이나 소송으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 하락이라는 위기상황을 초래한다.

정보보호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정보보호공시가 의무화되면서 2021사업연도부터 의무대상 기업은 이용자의 안전한 인터넷 이용 및 정보보호 투자활성화를 위해 정보보호 투자·인력·인증·활동 등 기업의 정보보호 현황을 필수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이는 이해관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기업의 정보보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데이터경제 시대의 필수, 정보보호공시

시행 3년차를 맞은 정보보호공시 제도는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인 상장법인 △전년도 말 기준 3개월간 정보통신서비스 일일평균 이용자수 100만명 이상인 기업 △상급종합병원 △클라우드 컴퓨터 제공자에 한정해 적용되기는 하지만, 데이터경제 시대에 필요한 시의적절한 조치라 평가된다. 또한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구체적인 공시 내용과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거나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후검증을 실시해 공시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허위·불성실 공시에 대한 검증이나 제재 절차가 미흡하며, 인력이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일부 표본만을 대상으로 사후검증을 진행한다거나 공시 회사수 자체가 부족한 문제는 공시의 신뢰도를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는 공시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윤길배 공인회계사 BDO성현회계법인 대표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