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총선 100일 지나도 여전한 ‘용산 리스크’
22대 총선이 끝난 지 어느덧 100일이 훌쩍 지났다. 지난 선거는 여당의 참패이자 ‘용산의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선거기간 내내 국민의힘 지지도보다 낮았다. 대통령실 악재들이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총선 후 윤 대통령도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국정쇄신을 약속했다.
그동안 용산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눈에 띄는 쇄신은 없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자신이 미흡했던 부분을 ‘국민 체감’ ‘소통’으로 한정했다. 국정기조 전환 요구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보다시피 노란봉투법·양곡관리법·중대재해처벌법·의대증원·특검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현 기조는 사실상 ‘하던 대로’다. 조직개편 면에서는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정무수석을 기용한 후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다. 국회 소통을 위한 정무장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을 내걸었지만 거기까지다. 장관급은 환경·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통신·금융위원장 후보자 등 일부 지명에 그친 상태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격노’ ‘질책’ 등 비공식 석상에서의 대통령 언행이 유출되는 일이 없어졌다. 공식 메시지에서도 ‘카르텔’ ‘반국가세력’ 같은 거친 표현이 사라졌다. 임기 초부터 윤 대통령의 ‘입’ 때문에 벌어지던 논란들은 확실히 줄었다.
문제는 그럼에도 ‘용산 리스크’의 총량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라면 주어가 ‘윤 대통령 부부’에서 ‘김건희 여사’로 좁혀진 정도가 아닐까.
도이치모터스·명품가방 의혹 초기 김 여사를 꽁꽁 숨겼던 대통령실은 총선 후부터 김 여사를 전면에 노출시켰다.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공적 활약을 부각시켜 네거티브 이슈에 맞불을 놓으려는 듯 했다.
그러나 김 여사의 공식적인 존재감이 돋보일수록 ‘현명치 못한 처신’에 대한 심증도 증폭되는 역설이 벌어졌다.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김 여사가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여사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명품가방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김 여사 측의 입장은 혼선을 빚었다. 용산은 김 여사측 변호인에게 공을 넘기고 있지만 거리두기가 무색하다.
이대로는 수사기관의 수사결과 발표가 어떻게 나더라도 특검 여론이 쉬이 식을 것 같지 않다.
총선 때 못한 대국민사과를 지금이라도 하는 게 어떨지 김 여사에게 묻고 싶다. 대선 때 그의 사과로 지지율이 한때 빠졌다곤 해도 결국 윤 대통령은 승리했다. 국민도 고개숙여 자신의 허물을 털어놓는 사람에게 박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