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지자체 핵심사업 | 서울 강북구 '빌라관리사무소'
저층주거지 골목 쓰레기·주차다툼 없어졌다
전담인력 지원, 시설관리·안전까지 챙겨
소규모 공동주택 관리모형으로 자리매김
“매니저님이 골목골목 직접 챙기니 주민들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죠. 단독주택은 관리 대상이 아니지만 일단 동네가 깨끗해지잖아요.” “제복을 입고 있어서 주민들이 좋아해요. 동네 보안관 같다고들 하네요. 공원에 사무실이 있는 것만으로 안심이 된다고도 하고요.”
서울 강북구 수유2동 흰구름어린이공원에 최근 작은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일대 빌라단지를 관리하는 김영진 매니저가 근무하는 공간이다. 시범운영 3주만인 지난 11일 빌라관리사무소를 공식 개소했는데 장윤서(59)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벌써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 강북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저층주거지가 밀집한 골목에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와 경비실 역할을 하는 ‘빌라관리사무소’를 추진해 호응을 얻고 있다. 오랫동안 고도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어 오래된 빌라가 많은데 낡은 시설이나 주변을 관리할 주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시작한 사업이다. 이순희 구청장은 “강북구 전체 주택 46%가 빌라인데 쓰레기나 주차 문제로 다투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며 “누구나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리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취임 전부터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2월 공동주택관리조례를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듬해 3월 번1동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68동 694세대로 출발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실효성을 우려하는 공무원들과 수개월간 대화를 하며 꾸준히 설득하는 게 우선이었다. 주민들도 아파트처럼 비싼 관리비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통장들 역할이 컸다. 사업 취지나 내용을 전달하는 건 물론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직접 설명도 했다.
저층주거지 생활환경 개선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연계해 해법을 찾았다. 빌라관리매니저를 채용해 골머리를 앓던 골목길 주차와 청소 안전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공동주택 내 공용시설을 지원하듯 빌라 주민들이 공유하는 낡은 시설 개선도 지원했다. 시범사업 지역 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94%에 달했다. 이순희 구청장은 “무엇보다 매니저들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덕분에 동네 환경이 깨끗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올해 사업 확대를 위해 신청을 받았는데 8개 동 12개 구역에서 의지를 밝혔다. 수유2동은 주민들이 발벗고 나서 동의서를 받고 필요성을 역설할 정도였다. 최종적으로 ‘미아송중’ ‘수유2동’이 선정됐다. 두곳 모두 시범운영을 거쳐 이달 중순 개소했다.
사업 내용도 확대했다. 이 구청장은 “1차 사업을 해보니 추가할 게 많더라”며 “비새는 옥상이나 무너진 담벼락 등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공용시설 유지를 위한 자문, 무단투기 단속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공중화장실 몰래카메라 탐지기와 골목 안심벨 설치 등을 시작하기로 한 이유다.
강북구는 아파트가 밀집한 삼각산동을 제외한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소규모 공동주택 관리 표준 모형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쓰레기 문제로 이사를 고민했던 주민이 계획을 접었다며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로 체감도가 높다”며 “주민 삶에 힘이 되는 정책과 사업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