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치닫는 여야 갈등…브레이크가 고장났다

2024-07-22 13:00:08 게재

민주당, 25일 방송법 등 강행 예고 …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도 추진

여당, 전당대회 이전에 의장 중재안 걷어차 … 의장실 “해법찾기 지속”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대응 예고 … “7개 법안 모두 상정할지 미지수”

민주당 ‘이진숙 낙마’ 총력전 … 2차 탄핵청문회, 김건희 여사 의혹 쟁점

여야가 브레이크 없는 극단적인 갈등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냉각기’ 중재안도 여당이 걷어차면서 무용지물로 변해 버렸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비롯해 방송 4법 등 논란이 적지 않은 법안들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틀간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도 예고돼 있다. 거대양당이 극단적 강성지지층에 기대면서 속도를 조절할 만한 브레이크가 고장나 있는 상태다.

여당 항의 받으며 회의장 향하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가 열리는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2일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쟁점 법안 7개에 대한 본회의 통과를 25일에는 시도할 예정”이라며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7월말 8월초의 핵심 쟁점은 이진숙 논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이 이진숙 낙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회의장실은 우 의장이 제안한 ‘정쟁 중단’을 위한 조건들을 여당과 정부가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본회의 개최 요구를 거부하긴 어려워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미 ‘의장안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당대표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등 정부와 조율해 서둘러 입장 정리를 해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지 않기는 어렵겠지만 의장은 끝까지 현재의 극한 대립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여당이 중재안을 거부했다고 해서 그냥 앉아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우 의장은 이날 거대양당 원내대표들과 오찬회동을 갖고 해법을 찾기 위한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또다른 의장실 관계자는 “25일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함께 방송 4법 등 7개 법안을 모두 올릴지 아니면 이중 일부만 올릴지는 따져봐야 한다”면서 “어차피 통과해 봤자 다시 거부권으로 돌아와 재의결 부결, 폐기되는 게 수순이고 이는 여야의 극한 대립만 부추기고 국민들을 갈라놓을 게 뻔한데 이러한 뻔한 악순환을 방치하고 이어갈지는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올려 표결에 부치고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 전세사기특별법, 전국민 25만원지원법 등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짜 놓고 있다. 앞의 의장실 관계자는 “법안을 올리면 여당이 한 법안당 2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열 것이고 이를 고려하면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며 “적절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진숙 낙마 공언한 민주당 =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낙마’를 예고해 놓고 있다.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얘기다.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노조탄압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 공영방송 이사 선임 논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김 현 의원은 ‘기적적인 1년만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석사수료’와 함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국제 공공정책학 (MIPP) 석사, 서강대 정치학 석사 취득 과정을 따지면서 “업무추진비 카드의 이상한 흐름과 내역은 사적으로 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증거는 차고도 넘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 위반과 형법상 배임죄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업무와 관련 없는 주말에 접대와 골프는 물론 서울에서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 이후에도 고액의 접대비를 결제하고 출근도 않던 기간에도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지출이 과도하게 많다”며 “하지만 당시 해임의결 주주총회를 나흘 앞두고 사퇴하면서 추진하던 감사가 종결돼 흐지부지됐다”고 했다. 이어 “소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임명이 강행되어도 위법한 사실들에 대한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과방위원이면서 대변인인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이진숙씨의 자료 제출 거부, 국회 무시 행태를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청문회 일정도 늘릴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했다.

◆2차 탄핵청문회에선 ‘김건희 여사 의혹’ 다뤄 = 26일엔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도마 위에 올린다. 윤 대통령 탄핵청원 2차 청문회다. 최근 불거진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특혜 조사’ 논란이 집중 조명될 전망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돼 있다. 이와 함께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사단장 구명로비에 관여했는지 여부, 양주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도 다시 거론될 전망이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22·24·25일로 예정된 노경필·박영재·이숙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관심이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김병환 후보자의 경우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철회와 함께 병역기피 의혹 등이 거론될 전망이다. 김완섭 후보자 청문회는 환경에 대한 비전문가라는 점과 원전, 본인과 배우자 등의 이해충돌문제가 주요 관심 포인트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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