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데이터센터 에너지 해결할 단초”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주요이유로 제시
번 돈보다 더 투자 … “정부도 보조금 정책 내놔야”
최 회장은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 회사를 합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한 중요한 이유로 AI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각각 열어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최 회장은 “AI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양쪽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해서 해결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쪽(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등을 지니고 있어 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들어가고, 또 다른 한쪽(SK E&S)은 수소나 발전전기 관련 사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에너시 해결책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SK온을 살리려는 조치로 이번에 SK그룹은 SK온과 SK이노베이션 알짜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도 합치기로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일시적 수요 정체, 이른바 ‘캐즘’을 겪는 배터리 시장 성장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배터리에 캐즘이 생겨서 원래 계획만큼 (사업이) 안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생겼다”며 “그 현실을 인정 안 하려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현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저희가 관둘 수 있지도 않고 미래로 보면 배터리의 성장성은 계속된다고 본다”며 “단지 지금 주춤하는 상황이지만 계속 잘할 것이니 그때까지 잘 돌아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한 요인 중 하나인 AI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서 필요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아마존, 구글도 들어와서 데이터센터 일부를 쓰게끔 만들고, 남는 부분은 시민과 학생들에게 AI를 열어줘서 연산 혹은 모델을 만들고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정부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한다”면서 미국,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거액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과 생산 시설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은 세제 지원 위주다. 정부는 현실적인 이유로 반도체산업에 보조금보다는 세제·금융 지원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시장에서 계속 (반도체 성능)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니 설비투자를 해서 공장을 늘려서 지어야 한다”며 “최근 팹 하나를 지을 때 투입되는 비용이 저희가 대충 계산하는 게 20조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우는 쌓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이러다 보니까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팹에 20조원을 투자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도체산업이 상당히 커서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안에서 일어나는 경제 임팩트가 엄청나게 크다”며 “최근 인공지능(AI) 때문에 메모리 증가가 더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강조했다.
제주=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