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밥상물가 ‘휘청’…기름값·공공요금까지 심상찮다
상추 56%·깻잎 11.6%·시금치 18.2% 올라 … “침수로 공급량 줄어”
정부 “장마 탓 농산물 가격 오름세 오래 안 가 … 물가 영향 제한적”
유류세 인하폭 축소 기름값 4주 연속 오름세… 공공요금 인상 대기
최근 장마철 집중호우가 밥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기상 여건에 취약한 상추 등 채소와 일부 제철 과일 가격이 뛰고 있어서다. 정부는 장마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일시적이어서 전체 물가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뿐 아니라 유류세 인하 폭 축소로 기름값도 4주 연속 상승세다.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하반기부터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하면 물가 둔화 흐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장마 취약 채소류 급등 = 2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2107원을 기록해 1주일 만에 56.3% 올랐다. 상추 가격은 지난달 891원보다 136.4% 폭등했고 이는 1년 전과 비교해도 16.5% 높은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추는 가락시장 반입량의 절반 이상을 재배하는 충남 논산, 전북 익산에 침수가 발생하면서 이달 출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채소 가격도 크게 올랐다. 깻잎은 100g에 2550원으로 1주일 전보다 17.3% 상승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1.7%, 평년보다 31.6% 각각 오른 수준이다.
시금치는 100g에 1675원으로 1주일 전보다 17.5%, 평년보다 53.5%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한 포기·5092원)와 열무(1㎏·4404원)도 1년 전보다 각각 24.0%, 22.3% 올랐다.
과일 가격도 상승세다. 수박은 1개 2만1736원으로 1주일 전보다 3.5% 올랐다. 참외(10개·1만 5241원)도 1주일 전보다 13.9% 올랐고 평년보다 5.6% 비싸다.
최근 폭우와 폭염의 반복은 농산물 가격의 상승 요인이다. 특히 채소류의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마 기간이 길어질수록 잿빛곰팡이병·탄저병 등 병충해가 발생하면서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물가 안정세도 위협 = 2%대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달만 해도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들이 2%대 초반까지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날씨 요인으로 물가 변동성이 다소 커진 탓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상 기후로 밥상 물가가 자극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일각에선 장마철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밥상 물가에 영향을 줄 만큼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상 기후로 특정 품목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해 체감 물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근원물가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현재까지 채소류의 경우 이달 호우로 깻잎 재배 면적의 9%(100㏊), 참외 5%(258㏊), 상추 5%(137㏊), 수박 2%(192㏊) 등이 침수됐으나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아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는 채소 등 농산물 공급량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밥상 물가 상승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장마 피해가 발생한 직후 농촌진흥청 기술 지원과 농협의 무이자 자금 지원 등 대책을 동원해 공급량 회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름값·공공요금도 꿈틀 = 농산물 가격뿐만이 아니다. 유류세 인하 폭 축소로 기름값도 4주 연속 상승세다.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하면 물가 둔화 흐름이 상승세로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4~18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리터(L)당 6.5원 상승한 1713.1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4주 연속 상승세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6월 셋째 주 이후 4주 연속 오르면서 리터당 8.1원 오른 1548.6원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에서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면서 소비자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공공요금이다. 상반기까지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해왔지만 하반기부터 일부 공공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주택용 도시가스 소매요금이 6.8% 오른다. 이에 따라 서울시 4인 가구 기준 월 가스요금은 3770원가량 오를 수 있다. 올해 3분기 동결된 전기요금도 4분기에는 인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산물 가격과 기름값, 공공요금이 하반기 물가관리의 최대 복병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