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 중 클럽 마약사범 급증
2년새 비중 4배로 … 추가 확산 우려에 집중단속
국수본 “첩보 수집 강화하고 유통책도 엄정 수사”
경찰이 소위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도 최근 2년간 마약사범, 특히 클럽 마약사범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올 하반기에 클럽 내 마약류 투약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22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클럽 등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2021년 161명에서 2022년 454명, 2023년 686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엔 287명이 검거됐다.
클럽 등 마약류 사범이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5%에서 2022년 3.7%, 2023년 3.9%, 올 상반기 4.4%로 증가 추세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해 2년새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마약사범의 연령대별 비중은 20대 34.5%, 30대 24.1%로 20~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경찰은 이들 연령대가 클럽과 유흥업소를 주로 이용하는 만큼 일상에 침투하는 마약류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현상은 관세청의 ‘2024년 상반기 마약밀수 단속 동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경단계에서 마약은 362건(298㎏) 적발됐다. 적발된 마약 품목은 중량 기준 필로폰이 154㎏(52%·75건)으로 가장 많았다. 필로폰에 이어 대마가 30㎏(10%·100건) 적발됐고, 코카인과 MDMA(메틸렌 디옥시메탐페타민)가 각각 29㎏, 16㎏ 차단됐다.
이 중 MDMA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나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MDMA는 엑스터시, 캔디, 사탕 등으로 불리는 마약으로 케타민과 함께 클럽에서 유통되는 대표적인 ‘클럽용 마약’이다.
관세청은 “MDMA는 알약 형태의 마약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밀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손님 끌려고 마약 판매하기도 = 실제로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9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88명을 입건하고 이중 클럽 종업원 B씨 등 9명을 구속했다. 대구·서울·부산 지역 클럽에서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 마약류를 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다.
B씨를 비롯한 종업원들은 텔레그램이나 지인 등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뒤 클럽 방문객에게 이를 무료로 나눠주거나 판매했다. 클럽에서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방문객도 점차 늘었다고 한다. 이들은 경찰에 “클럽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마약을 매매했다”고 진술했다.
피의자 중에선 클럽을 통해 마약을 접한 뒤 마약 판매상이 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에 있는 한 클럽에서 신원이 알려지지 않는 외국인으로부터 대마젤리 20여개를 수수한 뒤 일부는 본인이 섭취하고 일부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 동료들에게 건넨 C씨를 최근 구속했다.
해외 유학생 출신인 C씨는 유학 경험이 있는 옛 동료들에게 대마젤리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부터 대마젤리 5개를 건네받은 D씨는 지난 4월 광진구 한 식당에서 대학 동창 3명에게 이 젤리를 나눠주고 자신도 섭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이 젤리를 먹고 어지럼증을 호소한 2명은 119에 실려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경찰, 8월 1일부터 집중 단속 = 상황이 심각해지자 경찰청 국사수사본부(국수본)는 오는 8월 1일부터 실시하는 ‘마약류 범죄 하반기 집중단속’의 일환으로 클럽 내 마약류 투약 행위를 중점 단속하기로 했다.
최근 클럽에서 공공연하게 마약류를 투약하는 행위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국민 우려가 높아진 데다 하계 휴가철을 맞아 휴양지 인근에서 마약류 유통이 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마약류가 유통·투약되는 업소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해당 업소를 대상으로 기동순찰대 거점순찰과 유관 기능 합동단속을 할 계획이다. 또 클럽 등 업소 내 마약류 범죄 신고가 들어오면 지역경찰·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마약수사팀이 총력 대응해 업소 내 마약사범을 검거할 뿐 아니라 유통책까지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경찰은 마약류 유통·투약을 방조한 업주에 대해서는 마약류 투약 등 장소제공죄를 적극적으로 의율한다. 또 개정 마약류관리법에 근거해 관할 지자체에 해당 업소의 위반사항을 통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까지 받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클럽 등 마약류에 대한 예방·홍보활동도 강화한다.
각 시도경찰청 여성·청소년 기능은 음료에 섞인 마약류를 간편하게 탐지할 수 있는 휴대용 약물 탐지 키트를 올 하반기 시민들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방학을 맞은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클럽 마약류 예방 문자메시지도 발송한다.
국수본 관계자는 “휴가철을 맞아 휴양지 인근 클럽·유흥업소 등에서 마약류가 유통·투약될 수 있다”며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고 신고자 신원을 철저히 보호할 예정이니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보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