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 → 회사채 발행' 자금조달 이동
상반기 133조, 9.4% 증가 … “대체투자 막힌 연기금·공제회 매수”
수익률 높은 비우량물에 대한 관심 높아져…우량물 발행 규모는 줄어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대출 중심이 아닌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필요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보다 회사채 발행 조건이 자금조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규모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도 시장에서 소화가 될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23일 금융감독원이 ‘2024년 상반기 기업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규모는 133조2470억원으로 전년 동기(121조8016억원) 대비 11조4454억원(9.4%) 증가했다.
일반회사채 발행규모는 33조5195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5034억원) 대비 1조161억원(3.1%) 증가했다.금융채는 92조4912억원으로 전년 동기(81조7255어원) 대비 10조6937억원(13.1%) 늘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수요의 가장 큰 기관 중 하나인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부동산 등 대체투자가 막히면서 회사채 투자를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상환 나선 기업들 = 회사채 발행시장 여건이 좋아지면서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주로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일반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33조5195억원 중 74.5%에 달하는 23조9623억원의 발행 용도가 차환 목적이다. 만기가 도래한 채권이나 은행 대출을 상환하는데 사용됐다는 말이다.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의 18.2%는 운영자금으로 사용됐지만, 투자와 관련된 시설자금 용도로 쓰인 비중은 7.3%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p 줄어든 것이다. 금감원은 “시설자금 용도의 발행규모와 비중은 최근 5년간 상반기 기준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건설업 발행규모는 감소한 반면, 기타업종(유통 등)의 발행이 크게 증가했다. 발행 비중은 석유·화학(13.5%), 기타제조(29.8%), 건설업(3.1%)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0.4%p, 5.2p%p, 0.3%p 감소한 반면 기타 업종(53.5%)은 5.9%p 증가했다.
금감원은 “2022년 금리 상승으로 급격히 위축됐던 석유·화학 및 건설업종의 발행이 2023년 이후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만기별로 보면 중기채(1년 초과 5년 이하) 발행 비중은 91.5%로 전년 동기 대비 1.3%p 증가한 반면, 장기채(5년 초과, 5.7%)와 단기채(1년 이하, 2.7%) 비중은 각각 0.3%p, 1.1%p 줄었다.
◆“리스크 있더라도 수익률 높은 채권에” = 상반기 일반회사채 발행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물의 발행 비중이 하락하고, A이하 비우량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AA등급 이상 발행규모는 22조8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9000억원 감소했다. 전체 일반회사채 발행규모의 68.2%로 전년 동기 대비 비중도 14.9%p 줄었다. 반면 A등급 이하 발행규모는 10조6180억원으로 5조1956억원 늘었다.
윤 연구원은 “금리가 낮아지면서 목표 수익을 얻기 위해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비우량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채 발행 규모는 92조4912억원으로 13.1% 증가했는데, 기타금융채 발행이 증가한 영향이다.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 증권회사, 기타 금융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5%, 14.3%, 47.2%, 40.2% 증가했다. 반면 금융지주채는 0.6% 감소했고 은행채는 1.9%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전체 회사채 잔액은 685조1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조3791억원(4.3%) 증가했다. 일반회사채는 신규발행이 만기도래금액을 상화함에 따라 전년 상반기 이후 순발행(4조3915억원) 기조를 유지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