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전당대회 D-데이…당정, 협력이냐 충돌이냐 갈림길
오늘 오후 새 대표 윤곽, 후보 4명 막판까지 이전투구
원·나 당선되면 당정협력 전망 … “수직적 당정 되풀이”
한 당선되면 ‘채 상병 특검법’ 추진 놓고 당정 갈등 예고
말 많고 탈 많았던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마침내 23일 오후 판가름 난다. 당 대표 후보 4명은 막판까지 “이러다간 공멸한다”는 우려를 자아낼 만큼 이전투구를 벌였다. 원희룡·나경원 후보 등이 당선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원만한 협력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직적 당정 관계를 되풀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동훈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한 후보가 공약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 당정 간에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한 달 여 동안 여권을 뜨겁게 달궜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23일 오후 결과 발표만 앞두고 있다.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는 △윤 대통령 배신 논란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패스스트랙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친윤 지지를 받는 원 후보는 한 후보를 겨냥해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공격했고, 한 후보는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국민”이라고 맞받았다. 나 후보와 한 후보는 ‘공소 취소 부탁 논란’을 놓고 뜨거운 진실공방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제4차 전당대회를 열어 4시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는 전날 종료됐다. 19~20일 이틀간 모바일 투표를 진행했고, 21~22일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실시했다. 선거인단 84만1614명 가운데 40만8272명이 참여해 투표율 48.51%를 기록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55.10%)보다 6.59%p 낮은 수치다.
만약 이날 개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28일 1, 2위 득표자끼리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한 후보는 “1차 투표에서 끝낸다”고 자신하지만 나·원 후보는 “2차 투표까지 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투표 결과 원희룡 또는 나경원 후보 등이 당선된다면 당정관계는 큰 충돌 없이 원만하게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원 후보는 친윤에서 밀고 있고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정 동행’이 예상된다. 원 후보는 지난달 23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신뢰가 있어야 당정 관계를 바로세울 수 있다.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원 후보가 ‘당정 동행’에만 방점을 찍을 경우 윤석열정부의 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 관계’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한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당정 간에는 긴장감이 흐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 후보는 지난달 23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당정 관계와 관련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며 “지금 우리가 눈치 봐야 할 대상은 오로지 국민”이라고 밝혔다. ‘수평적 당정’을 강조한 것. 한 후보는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실과 친윤은 한 후보의 ‘특검법 구상’을 강하게 반대한다. 한 후보가 친한(한동훈)의원 20여명을 앞세워 특검법을 추진하고,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당정은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여권 인사는 “한 후보가 본인이 공약한 특검법을 강행한다면 윤 대통령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