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청원’ 앞 8개 청원은 ‘외면’
법사위 1호 ‘교제폭력 제도개선’ 청원도 뒤로
폐기청원 16대 56%에서 21대땐 83%로 급증
입법조사처 “진술할 권리 위한 청문회” 제안
▶1면에서 이어짐
지난 6월 23일에 법사위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에 앞서 8개의 청원이 먼저 요건을 갖춰 상임위에 올라갔지만 아직 심사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법사위 1호 청원은 같은 달 18일에 올라온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이지만 역시 뒤로 밀렸다. 먼저 올라온 의안이 먼저 심사돼야 한다는 ‘선입선출’ 원칙에 따른다면 교제폭력 개선 청원이 먼저 심사대상에 올랐어야 했다. 22대 국회에 처음으로 올라온 청원은 ‘21대 22대 총선 및 대선, 지방선거 등 과거 선거 부정선거 전수조사에 관한 청원’이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으로 앉아 있는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교육위에 올라온 청원 역시 심사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원칙 없는 청원심사’는 지지층간 대결국면을 만들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평가받는 ‘대통령 탄핵 청원’과 이에 따른 ‘탄핵 청문회’는 여당 지지층들의 결집을 유도하면서 ‘반발 효과’를 낳았다.
지난 10일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에 5만명이 동의했고 전날엔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에 관한 청원’과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에 관한 청원’이 요건을 충족해 상임위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지지층들의 ‘청원 대결’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국민청원부터 불 붙었다. 강성 지지층의 ‘좌표찍기’ 등 집단적 의사표현에 ‘양념’으로 호응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졌고 2020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청원’에 146만 9023명이 동의를 표했다. 같은 해에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탄핵과 이에 반대하는 청원이 당시 기준인 ‘10만명이상 동의’ 기준을 넘어 상임위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던 청원심사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는 청원심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청원소위를 아예 만들지 않거나 열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심사기간을 국회법에서 정한 ‘90일 이내’를 지키지 않고 ‘예외 조항’을 이용해 무한히 늘려 잡았다. 이러한 국회의 청원 외면은 청원 수 감소로 이어졌다.
16대 국회에서 765개의 청원이 들어왔지만 매년 줄면서 21대엔 194개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청원의 폐기비율은 55.7%에서 83.0%로 뛰어올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청원권은 국민이 국가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헌법상 권리이면서도, 그간 실질적인 보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권리이기도 하다”며 청원자에 의견 진술권을 부여할 수 있는 ‘공청회’를 제안했다. 청원규칙 제 10조 1항에는 ‘필요한 경우 청원자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청원의 실효적 심사·처리를 위해 청원자의 의견 진술권을 보장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민주당 소속 권칠승, 진성준, 박주민 의원에 의해 각각 대표발의된 점을 지목하면서 “위원회가 청원자의 진술을 청취할 권한보다 청원자가 의견을 진술할 권리에 더 무게를 두는 개정은 국민동의청원제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동의청원을 위원회에 처음 상정할 때 청원자가 출석해 청원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할 수 있게 하고, 공청회를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국민동의청원에 관한 공청회 실시는 일정 수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경우로 한정하거나 다른 의안의 경우와 비교해 ‘원칙적 실시·예외적 생략’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