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조사 ‘후폭풍’…거세지는 ‘특혜’ 비판
중앙지검장 독단, 경호처 건물서
“특혜 수사 결과, 누가 신뢰 하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 후폭풍이 거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고발된 지 4년여 만에 비로소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특혜 수사’, ‘출장 조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검찰 조사를 비판한 건 다름 아닌 이원석 검찰총장이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 이후 첫 출근이었던 22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가 강조했던 ‘성역 없는 수사’가 김 여사 조사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총장은 그동안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김 여사를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으나 조사가 이뤄진 곳은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실경호처 부속청사였다. ‘출장 조사’ ‘김 여사가 검찰을 소환했다’는 등의 비아냥이 나왔다.
조사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과정에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가 주도해 김 여사측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이 보고 받은 건 조사가 거의 끝날 무렵인 20일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선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돼 사전 보고할 수 없었다는 게 서울중앙지검의 설명이다.
조사과정에서 김 여사측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도 조사받기로 함에 따라 뒤늦게 이 총장에게 보고하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영부인을 상대로 조사하면서 사전에 조사 범위를 조율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 지검장이 ‘제3의 장소’를 수차례 건의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도적으로 총장을 ‘패싱’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지검은 조사 장소를 경호처 부속청사로 정한 이유로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를 꼽았다. 하지만 “검찰청사는 경호와 안전보장이 안되느냐”는 반박이 제기됐다.
실제 과거에도 대통령 가족들에 대한 검찰조사가 있었지만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진 것은 김 여사가 유일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2004년 5월 대검 중수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09년 4월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직접 검찰청사로 출석했다. 고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홍업씨는 대검 중수부에서, 셋째 김홍걸씨는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도 특검에 공개 소환됐다.
이렇다보니 김 여사에 대한 특혜 조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참여연대는 “사실상 출장조사로 누가 봐도 특혜 수사”라며 “특혜 수사로 나온 결과는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은 “허울뿐인 소환조사는 결국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라며 “성역없이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을 엄정하게 규명할 수 있도록 특검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에 소환돼 대면조사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었다”며 특혜설을 부인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