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 놓고 검찰 갈등 커지나

2024-07-23 13:00:35 게재

이원석 총장, 중앙지검장 ‘사후 통보’ 진상 파악 지시

수사검사 사의 표명 … ‘기소 여부’ 재차 충돌 가능성

‘검찰총장 패싱’ 사태를 불러온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제3의 장소’ 비공개 조사로 인한 검찰 내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보고를 받고 질책한데 이어 ‘사후 보고(통보)’ 진상 파악을 지시했으며, 이에 반발해 수사팀 검사가 사의를 밝힌 것이다. ‘총장 패싱’ 재발 방지를 위해 이 총장이 진상 파악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수사 결과 김 여사 사건 처리를 두고 이창수 지검장과 의견 충돌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22일 오전 이 총장에게 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김 여사를 조사한 경위를 보고했다. 이 총장은 검찰 청사가 아닌 경호처 청사에서 김 여사를 조사하고, 조사 일정도 사전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이 지검장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자체 판단으로 제3 장소 조사를 진행한 경위, 이 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조사한 뒤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조사하게 된 사정 등을 설명하며 수차례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바로 이 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이번 사태의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 총장이 이 지검장에게 보고받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이며 감찰 착수 단계는 아니라고 대검은 선을 그었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사실상 감찰 아니냐는 반응이다. 형사1부에 파견돼 명품 가방 사건을 수사한 김경목(사법연수원 38기) 공정거래조사부 부부장검사가 이날 오후 사표를 냈다. 김 검사는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해 화가 나고, 회의를 느낀다”, “조사 장소가 중요하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경우에 따라 이 총장이 이 지검장이나 수사팀에 대한 감찰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감찰 결과, 비위 혐의가 인정되면 이 총장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할 수 있다.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별개로 하더라도 이창수 지검장이 명품백 의혹 조사도 함께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위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총장이 검찰청사 소환 (비공개) 조사 등 원칙적인 입장을 지속해서 밝히고 있어서 이 검사장이 의도적으로 ‘총장 패싱’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원석 총장이 반대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이창수 지검장이 사전 보고를 하지 않고 ‘제3의 장소’에서 수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이 지검장이 의도적으로 ‘총장 패싱’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사 방식을 두고 검찰 내부 충돌이 가라앉는다 해도 조만간 나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 수사 결과 처분 때 재차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총장은 전날 ‘조사 방식은 원칙에 어긋났지만, 사건 처분만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아침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남은 수사 및 사건 처분 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며 “최선을 다한 뒤에도 부족하다면 (저의) 거취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상 원칙론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조사 방식에서 예외를 인정했지만 사건 처분에서는 어떤 예외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장은 “조사 결과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받아보고 나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검찰총장 직무대행까지 합쳐) 2년 2개월이나 총장 역할을 했다. 제가 이 자리에 무슨 미련이 남아 있겠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건 처분 때도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그만둘 수 있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이 총장 임기는 오는 9월 15일까지다.

한편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이 총장이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2일 기자단에 “검찰총장의 지휘권 복원 지휘도 수사지휘권의 발동에 해당하고 장관의 지휘권은 극도로 제한적이어야 한다”며 “이는 박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밝혀온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입장 공개는 이 총장이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했지만, 거부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지휘권은 지난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의해 박탈됐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배우자인 김 여사가 사건에 연루된 것을 고려해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했다.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권 문제는, 지난 20일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 대면 조사하면서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검찰은 20일 오후 1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 20분까지 약 12시간 가까이 김 여사를 조사했다. 다만 관련 내용이 대검찰청에 보고된 시점은 조사가 시작된 지 10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30분쯤이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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