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인사 청탁 목적 명품백 수수 부당”
22년전 배우자 개포동 위장전입 사과
노경필(사법연수원 23기) 대법관 후보자는 22일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노 후보자는 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노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박범계)가 개최한 인사청문회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시을)의 ‘영장 과다 발부 문제’에 관한 질문에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백 의원은 “영장 발부율이 99%에 달할 만큼 기각이 거의 없어 국민이 압수수색 영장으로 입는 기본권 침해가 중대하다”며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제가 논의되는 만큼 영장 발부의 사법적 통제에 관한 후보자 의견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노 후보자는 “영장 발부 심사를 담당하는 판사 입장에서는 오로지 수사기관이 제출하는 자료만을 가지고 심사하다 보니 영장 인용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영장 발부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심문 절차를 밟는 대면심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제’는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해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인물이나 검사 등’을 불러 심문할 수 있는 제도다.
그는 압수물까지 수사기관이 보유하다 보니 외부에서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에도 “압수 대상이 아닌 정보에 대해 누가 관리할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파기할 것인지 절차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자는 대면 심리 제도 추진 방법에 대해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법원 예규로 하는 안보다는 국회 논의를 통해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맞는다는 내부적인 의견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노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인사 청탁을 목적으로 공직자의 배우자가 (명품백을) 받는다면 부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명품백이 대통령 기록물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면서도 “논란이 많이 있을 것 같아 충분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자는 백 의원이 ‘명품백을 받았을 때 이미 범죄는 종료되고 기수가 된 것’이라고 지적하자 “받은 시점에서 기수가 되는 건 맞는다. 형법상 그렇다”고 답했다.
백 의원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계좌 거래 내역을 제시하며 “그러면 일반적으로 전주 공범이 아니냐”고 묻자, 노 후보자는 “구체적인 사안을 정확하게 모르고 향후 그 사건을 담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노 후보자는 부인의 과거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노 후보자의 배우자가 지난 2002년 지인의 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에 6개월 동안 실제 거주하지 않았음에도 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자는 “배우자와 얘기했는데, 당시 순천지원에 근무하며 온 가족이 순천에 거주했을 때”라며 “몇 년 뒤면 다시 서울로 전출이 예정돼 있어 어디에서 거주할 것인지를 고려해 배우자가 주소를 지인의 집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여건도 도저히 되지 않고 공직자로서 처신도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 6개월 만에 아무것도 없이 돌아왔다”며 “경제적 이득이 있었다거나 아이의 교육 문제가 있었다든가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송구하다”고 했다.
노 후보자는 전남 해남 출생으로, 광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해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는 등 재판 업무에 해박한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후보자가 인사청문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