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선 고1·2 대입

2026~2027학년 대입 방향, 2025학년에 있다

2024-07-24 13:00:03 게재

고2, 정시 학생부 반영 대학 느는 추세 … 고1 섣부른 내신 포기는 금물

4월말 발표한 2026학년 대입전형시행계획(시행계획)에는 현재 고2 학생이 치르게 될 대입의 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시행계획은 대학별 전형의 주요 내용과 전형별 모집 단위 및 모집 인원 등이 담겨, 눈여겨보는 대학의 변화를 살필 좋은 도구다. 한편 2025학년 대입에서는 굵직한 변화가 있다. 의대 선발 인원이 1497명 증원돼 4610명으로 확정됐고 무전공 선발 비율이 크게 확대됐으며 주요 대학에서 첨단학과가 신설돼 대입 지형 전반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이는 고2에게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또 현재 고1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한편 대입의 틀이 크게 바뀐 ‘2028 대입 개편안’이 적용되기 전 마지막 학년이다. ‘N수’가 일반화된 요즘 ‘낀’ 세대로 고교 생활과 학습을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이 크다. 대입은 고3 1년이 아닌 고교 3년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발 앞서 고1, 고2의 대입을 예측하고 대비법을 짚어봤다.

2025학년 대입에 2026~2027학년 대입 방향이 담겨 있다. 2025학년 대입에서는 무전공 선발 확대, 의대 증원, 첨단학과 신설 등 굵직한 변화가 있다.

◆2025학년 대입에 담긴 변화들 = 첫째, 무전공 선발 확대다.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에서 교육부는 올해 무전공 선발과 재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위해 노력한 대학에 높은 평가를 예고했다. 무전공(자율전공) 선발이 확대된 배경이다. 무전공은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유형1과 유형2로 나눠 선발한다. 유형1은 보건의료계열, 사범대학 등을 제외한 대학내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유형2는 계열 또는 단과대학 단위로 입학한 후 계열 또는 단과대학 내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유형1에 속하지만 인문·자연으로 구분해 선발하는 대학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예를 들어 국민대 미래융합전공은 유형1로 분류돼 있지만 정시 나군에서 인문 자연 예체능으로 나눠 선발하며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도 다르다. 서울시립대 자유전공학부 역시 수시 정시 모두 인문·자연으로 구분해 선발한다.

2025학년 무전공은 교과전형이나 정시 모집에서 주로 선발하는데, 논술전형 운영 대학이 눈에 띈다. 서울여대 자유전공학부는 총 138명 중 정시에서 126명, 논술전형으로 12명을 선발한다. 성균관대 유형1 자유전공계열은 총 280명 중 종합전형인 성균인재에서 120명, 교과 학교장추천에서 20명, 논술 30명, 정시 가군에서 110명을 뽑는다.

둘째, 의대 증원이다. 2025학년 전국 39개 의대의 모집 인원은 총 4610명으로 확정됐다. 종로학원은 2025학년은 정원 내 의대 증원 규모를 적용할 경우 수능 국어 수학 탐구 합산 백분위 점수가 2.91점 하락하며 2026학년까지 1960명 증원이 완료되면 3.9점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2026학년 인원은 변경 가능성이 있어 주의를 요하며 내년 5월에 발표될 모집 요강을 참고해야 한다.

의대 증원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지역인재전형이다. 전년 대비 888명이 늘어나 총 1913명을 선발한다. 올해 고1~3 학생은 고교 3년을, 2028학년 대입부터는 중·고교 6년 모두 해당 권역에서 거주·재학한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다. 2024학년 대입에서 전국 26개 대학 지역인재전형 지원자는 8369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10.46:1이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올해는 이보다 경쟁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크게 늘어났지만 최저 기준은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첨단학과 신설이다. 의대에 가려졌지만 첨단학과 역시 증원됐다. 전국 4년제 일반대학 기준 전년 대비 1145명이 순증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만 첨단학과 및 계약학과로 1060명을 선발하며, 이는 2024학년 대비 184명, 21% 증가한 규모다.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는 스마트시스템과학과를 신설해 25명을 모집한다. 연세대는 지능형반도체전공을 신설해 35명을 선발하며, 고려대는 2025학년에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해 105명을 선발한다. 그 외 부산대 112명, 경북대 113명을 포함, 비수도권 증원 인원이 576명에 달한다. 의대와 첨단학과 모두 순증하면서 상위권 자연계열 입시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수도권 고교의 내신 우수자나 수능 우수자가 의약학계열과 첨단학과에 몰려 일반 자연·공학계열 모집 단위 합격선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서울 주요대학의 교과전형 경쟁률·합격선 하락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2, 주력 전형 찾고 수능 과목 선택하기 = 고2는 고교에서의 3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자신의 강점이 교과 성적인지, 모의고사인지에 따라 어떤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지 방향을 고민하는 시기다. 조미정 에듀플라자 대표는 “내신 등급보다 모의고사 등급이 우위에 있는 경우 학교 내신 비중을 어떻게 둘지 고민하게 되지만 최상위권 대학은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반영하는 추세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라며 “내신을 포기한다면 이들 대학을 지원할 때 크게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능이 강점인 졸업생과 경쟁할 때 준비된 학생부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정시를 주력 전형으로 결정하더라도 내신을 포기하면 대학 지원 시 불리하다는 뜻이다.

서울대는 2023학년부터 정시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전형에서 학생부를 정성 평가 방식으로 반영한다. 고려대는 2024학년부터 수능 교과우수전형을 통해 학생부를 반영한다. 앞서 시행계획에 언급한 것처럼 2026학년에는 연세대와 한양대도 학생부를 반영한다. 이들 대학을 염두에 둔다면 정시를 준비하더라도 학교 성적을 방치해선 안 되고 정성 평가가 포함되는 대학의 경우에는 학생부 속 선택 과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만약 내신에 강점이 있다면 교과전형을 주력 전형으로 염두에 두게 된다. 상위권 교과전형은 최저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에 수능 준비가 필요하다. 교과전형에서 최저 기준을 충족하면 실질 경쟁률은 크게 낮아지고 합격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김용진 경기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영석고등학교 교사는 “2024학년 교과전형은 학생 수가 줄면서 경쟁률이 더 하락했고 중복 합격이 많아 충원율도 높다”며 “올해도 최저 기준을 충족하면 합격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시 6회 지원에서 종합전형에만 지원해 전부 합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종합전형은 정량 평가가 아닌데다가 대학마다 인재상이 달라 주안점을 두는 평가 요소도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교과전형은 4~6관왕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내신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상위권 대학을 겨냥한다면 수시를 준비하는 경우에도 수능의 영향력을 고려해 철저한 수능 대비가 필요하고 정시를 준비하는 경우에도 학생부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

2학년은 수능 탐구 선택 과목에 대한 고민도 많다. 특히 자연계열 학생의 고민이 깊다. 수시와 정시 모두 수능에서 과탐을 선택하지 않아도 자연계열에 진학 가능한 대학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통합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2025학년 대입에서 건국대 경희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17개 대학에서 수능 선택 필수 반영을 폐지했다. 최근 중상위권에서 과탐 2과목 대신 한 과목을 사탐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허 철 진학사 수석연구원은 “생명과학의 유전 파트를 어려워하거나 화학에서 시간 내 풀이를 어려워하는 많은 수험생이 ‘사회·문화’나 ‘생활과 윤리’로 변경한다”며 “고3 재학생은 4~5월경, 재수생은 재수에 돌입하면서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탐구에서 3~4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사탐으로 전환하는 주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사탐은 난도에 따라서 점수 변화가 심하다. 2026학년 시행계획에서 보듯이 과탐 응시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도 있다. 따라서 고2는 우선 교육과정에서 선택한 과탐 과목의 공부에 충실하면서 2025학년 대입 결과를 주시해 본인에게 유리한 선택을 해야 한다

◆고1, 입시 유불리 판단보다 현재에 집중해야 = 현재 고1은 1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대부분 수능에 강한지 내신이 강한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단 두번의 학교 시험으로 섣불리 정시 ‘올인’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능은 중상위권 인원이 많아 열심히 공부해도 모의고사 3~4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수능에 졸업생이 대거 합류하는 데다 첫 시험의 긴장감이 더해져 오히려 등급이 하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의 등급이 중요하지만 종합전형의 경우 수강 인원 및 등급내 위치를 눈여겨본다.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아 기피하는 과목을 선택했거나 등급의 변화가 크지 않아도 등급 내 위치가 상승세라면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멀리 있는 수능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 게 좋다. 고1은 2학년에 이수할 학교 선택 과목으로 고민하는 시기다. 핵심은 ‘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종 선택 전까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자연계열은 학교 탐구 선택 여부를 두고 고민이 크다. 고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원에서는 상위권이 아니면 수능에서 과탐 2개를 할 필요가 없으니 학교 선택 과목도 사탐을 넣으라고 하더라”며 “대학 진학 후에는 과탐 공부가 부족해 문제가 될 것 같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사탐 선택이 나은 것 같아 골치 아프다”고 전했다.

학업량이나 성적대를 고민해 선택해야 하지만 정확한 대입 유불리는 2025학년 대입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단 6번의 기회가 있는 수시, 특히 종합전형은 지망 계열(전공) 관련 과목 이수 이력과 이수 단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수학 과학을 집중적으로 심화해 공부한 학생이 경쟁력을 갖는 구조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팀장은 “수시에서는 최저 기준을 충족하면 되니까 학생 입장에서는 사탐 선택을 고민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학생부 위주 전형의 평가 요소 중 하나인 진로 역량 관점에서는 과탐 이수 과목이 부족하면 자연계열 소양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고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며 “핵심과목을 듣지 않은 경우 불이익이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전했다.

고1의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아래 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돼 재수하면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수석연구원은 “재수를 통해 다시 종합전형에 도전하든 정시로 지원하든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기수 기자·김민정 내일교육 리포터 mj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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