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열차 운전하고 치타와 달리기 시합

2024-07-24 13:00:03 게재

구로구 어린이 건강·돌봄공간 ‘정글아이’

기초체력 측정, 발달상태 맞는 신체활동

“판다를 미세요. 동굴 안으로 들어가도록 밀어 넣어요.” “잡아먹히면 어떡해요?” “힘내라, 힘!”

문헌일 구청장이 정글아이를 방문한 아이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 구로구 제공

서울 구로구 고척동. 5~7세 아이들이 4~5명씩 짝을 지어 판다와 한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직원 안내에 따라 한명씩 돌아가면서 판다와 마주하고 그동안 친구들은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 정해진 시간 안에 판다를 동굴 안으로 밀어 넣으면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축포가 터진다. 판다와 함께하는 놀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팔과 다리 근력을 키우는 운동이다.

24일 구로구에 따르면 지난달 3일 문을 연 어린이 건강·돌봄공간 ‘정글아이’가 벌써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내 주민 공동이용시설에 자리잡은 곳인데 아이들 기초체력 측정부터 발달 상태에 맞는 신체활동, 놀이까지 가능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키즈카페보다 훨씬 저럼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1235㎡ 규모 정글아이는 크게 놀이 체력측정 휴게 3개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48개월부터 8세까지 아이들이 개인이나 단체로 신청하면 5명마다 직원 1명을 배치해 원활한 이용을 돕는다.

키즈카페에 체력단련을 겸한 공간으로 꾸미자는 게 출발이었다. 건물 내부에 큰 기둥이 많아 공간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역발상을 통해 밀림을 주제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구 관계자는 “큰 기둥들을 나무처럼 활용하고 밀림에 있는 동물을 더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운동을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설에 입장하면 체성분 분석을 위한 기초검사 이후 놀이처럼 운동을 즐기는데 밀림 속 동물과 노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했다. 균형감 심폐지구력 유연성 등 7개 분야 기능을 점검하고 키우는 ‘7대 체력측정’ 공간이다. 아마존 강에서 표류하는 배 위에서 다리 힘으로 중심을 잡는 ‘흔들흔들 보트’를 시작으로 자전거 발판을 밟아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멀리 이동하는 ‘빨리빨리 치타’가 이어진다.

방안에 설치된 기둥과 그물 등 장애물을 통과하는 ‘구불구불 수달’, 판다를 동굴 안으로 밀어 넣는 ‘영차영차 판다’도 있다. 손잡이를 빠르게 돌려 기차가 철로 위를 달리도록 하는 ‘정글탐험 기차’, 벽면에 무작위적으로 불이 들어오면 공을 던져 맞추는 ‘싱글벙글 원숭이’, 민첩성을 키우는 ‘미로 탈출 미어캣’까지 돌면 40~50분이 후딱 지난다.

놀이공간에서는 그야말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그물망 암벽타기 왕복달리기 공던지기 등 역시 체력단련을 겸비한 놀이기구들이 구비돼 있다. 보호자들은 잠시 아이들에게서 벗어나 쉼터에서 휴식을 즐기면 된다. 기초체력과 신체 건강에 관한 자료는 이용할 때마다 축적되기 때문에 발달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난달 시범운영을 시작하자마자 주말 예약이 힘들 정도로 주민들 호응이 크다. 인근 아파트 주민 박정란(39)씨와 황정혜(34)씨는 “공사하는 단계부터 개관을 기다렸다”며 “일반 키즈카페와 달리 체력측정이 가능하고 시설도 뛰어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아래층에 고척열린도서관이 있어 연계 이용이 가능하고 전담 직원이 여럿 배치돼 있어 아이들이 뛰노는 동안 보호자들은 꿀맛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교정시설이 있던 자리에 지난해 고척열린도서관을 개관했고 올해 영·유아를 위한 정글아이까지 선보여 감회가 새롭다”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