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근로 도입, 일자리·인력난 두마리 토끼 잡았다”
인터뷰 | 김영환 충북도지사
도시농부·도시근로자 새로운 일자리사업
K유학생 시니어자원봉사대로 정책 확장
바이오산업 중심 산업 생태계 변화 모색
“민선 8기 들어 900개의 공장을 유치했는데 전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농촌에도 일할 사람이 없고, 대학은 공부할 학생이, 전통시장엔 물건을 구매할 고객이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 22일 충북도청에서 만난 김영환(사진) 충북지사가 가장 먼저 꺼내든 화두는 ‘노동력 확보’ 방안이다. 거대담론처럼 보이는 이 문제를 김 지사는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생활형 정책들로 채워나가고 있다. 가장 먼저 도시농부·도시근로자 정책을 도입했고, K유학생 정책을 구체화했다. 지난해 시작한 노인복지정책인 시니어자원봉사대 또한 노동력 확보 문제와 맥을 같이 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파격적인 정책들도 본질적으로는 노동력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로 귀결된다는 것이 김 지사의 생각이다.
노동력 확보는 충북도민의 눈으로 보면 도가 나서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자리 문제는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최고의 복지정책이고, 또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게 김 지사 생각이다. 민선 8기 2년 동안 충북의 기업유치와 투자유치 성과가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김 지사는 “농촌과 산업현장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인력난이 심각한 반면 도시는 은퇴자 주부 대학생 등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남아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도시의 유휴인력을 도시농부와 도시근로자로 육성해 지역의 인력난과 구직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자리 모델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노동력 확보는 다시 기업유치와 산업생태계 조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김 지사는 지난 2년간 50조원의 투자유치 실적에 자신감을 얻어 민선 8기 목표를 6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충북을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전략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중부내륙특별법을 통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겠다는 도전도 눈길을 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도시농부·도시근로자 정책이란 어떤 정책인가.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은 올해만 5만여명의 일손 지원 실적을 달성하며 새 인력지원 창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했는데 75세 이하 은퇴자와 주부 청년 등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농업분야 교육을 실시한 후 농업인력으로 육성하는 도농상생 농촌일자리 사업이다. 지난해엔 누계 12만명이 참여했다. 농가에서는 일손을 편리하게 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하루 4시간 집중근무로 작업효율이 높고 농촌 인건비 안정화 효과도 있다. 도시근로자도 작업장이 지역 기업이라는 점만 빼면 같은 형태의 사업이다. 8시간 근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4시간 일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연인원 2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이들 두 사업에 각각 10만명 이상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 K유학생 정책도 일자리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건가.
대한민국은 지금 저출산 고령화로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충북도는 이러한 문제를 외국인 유학생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K유학생 1만명 유치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3일간 일하고 3일간 대학을 다니며 일과 공부를 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유학생들이 일해서 번 돈으로 대학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충당할 수 있어 부담없이 유학을 결심할 수 있다. 특히 충북형 일자리 사업을 연계해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유학생들이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있게 돕는다.
도가 직접 해외 현지를 방문해 K유학생 제도를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친 결과 올해 4월 기준 충북의 외국인 유학생은 5353명으로 지난해보다 31% 증가했다. 앞으로 뿌리산업 학과부터 첨단산업 석·박사 과정까지 다양한 과정의 유학생을 큰 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유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안정적으로 정주함으로써 지역소멸을 해결하는 핵심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자원봉사대 사업도 눈길을 끈다.
시니어자원봉사대는 7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정책이다. 하루 1시간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시급 5000원을 지원한다. 기존 공공근로 방식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노인들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할 생각이다. 모든 마을 경로당이 작업장이 될 수 있고, 모든 노인들이 최소한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고령 사회로 급속하게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지속 가능한 생산적 복지 정책이기도 하다. 최소한 폐지 줍는 노인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다. 새마을운동처럼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만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정책의 성과로 봐도 되나.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국적으로 7.7% 감소한 반면 충북만 유일하게 1.7% 증가했다. 합계출산율 역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0.02명 증가했다. 민선 8기 시작과 동시에 추진한 출산육아수당 등의 효과가 어렵게 마련된 인구위기 극복의 단초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도민 체감형 저출생 대책들을 과감하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신혼부부와 출산가정이 1000만원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청년 신혼부부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반값 아파트 공급 사업은 기본구상 용역 중이다. 임산부 산후조리비와 교통비를 5월부터 각각 50만원씩 지급하고 있고, 8월에는 태교여행 지원비로 40만원을 지급한다. 뿐만 아니라 5자녀 이상 초다자녀 가정에 자녀 1명당 매년 100만씩 지원하는 등 보다 과감한 정책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노동력 확보만큼이나 기업유치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민선 8기 투자유치 목표액이 60조원이었는데 2년 만에 총 870개사에서 51조3355억원의 투자를 확보했다. 역대 최단기간 최대 실적이며 전국 최고 투자유치 성과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민선 8기 목표액을 100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제조업에 편중된 대기업 중심의 투자유치,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취약점도 상존한다. 시대 흐름에 맞는 투자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을 통해 상승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충북만의 차별화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선 8기 후반기에는 우리에게 부족한 서비스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유치 업종을 다변화해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투자유치에 매진할 생각이다.
●바이오산업 육성에 주력하는 이유도 산업 생태계 변화와 관련 있나.
충북은 식약처 등 6대 국책기관을 포함해 산업체·학교·연구소·병원 등 270여개 기관이 집적돼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다. 오송 바이오클러스터는 오송생명과학1·2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KTX오송역 등을 연계한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K바이오 스퀘어 조성사업은 지난해 6월 정부정책에 반영됐고, 인공지능·바이오 영재학교도 2027년 개교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를 유치했고, 올해 4월 첨단재생바이오글로벌 혁신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송 제3국가산단은 지난해 절대농지 125만평이 해제되면서 2025년 착공, 2030년 준공 예정이다. 충북은 오송을 중심으로 주요 국책사업이 추진되는 등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경쟁력과 차별성을 갖고 있다.
●중부내륙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새로운 동력이 생긴 것 같다.
중부내륙특별법은 해안 중심의 국가발전 전략에서 소외된 중부내륙지역의 권리 회복과 지역소멸 위기 극복의 출발점이 되는 법률이다. 그러나 제정 과정에서 수변구역 규제 특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조항 등이 삭제되는 등 아쉬움이 있다.
현재 삭제조항 보완작업과 특례조항 등을 반영한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이미 강원도와 전북도가 특별자치도 설치법을 개정한 선례가 있는 만큼 중부내륙의 의지를 모아 반드시 성사시킬 계획이다. 국토의 중심 충북이 처음으로 대한민국 제2의 도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