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양형기준 신설 필요”
일반 사기 대비
실형선고 비율 낮고
벌금형 선고 많아
지난 2016년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이를 예방하자는 목적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만들어졌다.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가 아닌 별도의 범죄로 구분하고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사기에 대해 별도의 양형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검토’ 보험법 세미나에서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변호사는 “보험사기는 일반 사기죄에 비해 벌금형이 선고되는 비중이 훨씬 높고, 유기징역의 실형이 선고되는 비중은 매우 낮아 상대적으로 경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일반 사기와 보험사기의 유기징역 비율은 각각 60.8%와 22.5%로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또 일반 사기는 벌금형으로 끝나는 사안이 7.3% 정도에 불과한 반면 보험사기의 경우에는 38.9%나 됐다.
하 변호사는 “이 통계만 놓고 보면 일반 사기에 비해서 보험사기가 실형 선고 비율도 낮고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에 이를 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험사기 편취금액이 일반 사기보다 소액인 경우가 많아 재판으로 갔을 경우 징역형이 아니라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2023년 기준으로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무려 1조원이 넘고 적발인원은 10만명이 넘는다”면서 “단일 범죄 규모로 봤을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범죄 통계를 보면 양형 기준이 따로 설정되지 않은 범죄 중에서 사건명 기준으로 가장 많은 범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보험법연구실장은 “보험사기는 단순히 직접적 피해자인 보험회사의 재산권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자 집단 전체 그리고 또 보험제도와 보험산업이라는 사회적인 법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기는 별도의 양형 기준에서 다룰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 실장은 “올해 4월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기준의 신설이 필요하다, 보험사기 범죄를 새로이 사기 범죄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 변호사는 “현행 사기범죄 양형기준에는 ‘일반사기’ 유형과 ‘조직적 사기’ 유형만 있는데 ‘보험사기’ 유형을 별도 유형으로 분류해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현재 양형위는 별도 유형으로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것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별도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양형인자에는 보험사기의 특수성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형기준 양형인자와 관련해 하 변호사는 △고시로 사고를 발생케 하거나 허위로 사고를 가장한 경우 △보험 가입시부터 보험사기 목적으로 다수 보험에 가입한 경우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를 입힌 경우 및 부수적인 범죄가 수반된 경우 △직업적 전문성을 이용해 기망한 경우 및 피해자의 직원인 경우에는 보험사기 관련 가중요소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보험계약 체결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상대방 동의 없는 공탁 △일부 피해자만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경우 등에 대해서는 감경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축사를 맡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김영대 변호사는 “과거에 음주 교통사고 사망 사건은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이었고 실제로 징역 2년 정도밖에 선고가 안 됐지만 여론이 형성되며 달라졌다”면서 “보험사기 처벌강화에 있어서도 첫번째로 필요한 것이 국민 공감대 형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보험사기가 많이 발생하면 전체적으로 보험료가 올라가게 되고 그런 점에서 보험사기의 피해자는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피해를 입는 것이고, 또 사회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전체적인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