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글로벌 현황

비만치료제 발전 ‘부작용 최소화’에 달려

2024-12-17 13:00:12 게재

줄인 체중 유지하고 개인 맞춤형 개발 필요 … “디지털기술 개발로 안전성 확보 중요”

전 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2019년 기준으로 비만에 의한 국내 사회경제적 비용이 13조8500억원을 넘어섰다는 연구가 있었다. 비만으로 인한 당뇨 고혈압 임신중독증 등 위험도가 높아진다.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수행한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비용 연구’에서는 “건강위험요인 중 음주 흡연에 비해 비만의 손실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비만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인식을 제고하고 국민의 필요도와 수용성, 정책의 효과성 등이 전제된 정책들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만예방을 위한 정책 추진과 더불어 비만치료제 개발도 주요 이슈가 된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다. 하지만 비만치료제는 안전성 문제로 시장 확대 어려움이 있어왔다. 국내서도 중독성 위험 등으로 비대면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관련해서 비만치료제 글로벌 현황을 살펴보고 그 개발 전략을 공유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과도한 지방 축적에 의한 복합만성질환이라고 정의한다. 전 세계적으로 과체중과 비만인구는 2020년 22억명(42%)로 추산된다. 2035년에는 33억명(54%)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비만율은 2021년 기준으로 36.7%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7.5%보다 20.8%p낮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계속 늘어났다.

17일 김민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지원팀 책임연구원 등은 최근 보건산업브리프 426호(12월)에 실린 ‘글로벌 비만치료제 현황과 개발전략’보고서에서 “비만은 다양한 원인이 얽힌 복합질환이므로 단일 요인 해결만으로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며 “특히 비만치료제는 장기적인 체중 유지를 위해 만성복용이 필요할 수 있어 기존 약물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한 새로운 약물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비만협회 등에 따르면 비만은 심혈관질환 암 신경장애 만성호흡기질환과 소화장애 등 만성질환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 건강 위험 요인이 된다. 특히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이러한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 지출의 80.9%에 해당하는 약 83조원이 만성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비만율 증가에 따라 세계 경제적 손실은 2035년 4조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손실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경제가 GDP 3%까지 축소된 추정 규모와 유사하다.

◆체중감량 어려운 경우 보조제로 가치 = 비만치료의 주요 목표는 식욕조절과 식이지방의 흡수를 억제하여 체지방을 줄여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현재 시판 중인 비만치료제는 지방흡수억제제 식욕억제제 등으로 구분된다. 암페타민유사제 모노아민재흡수억제제 세로토닌수용체작용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수용체작용제 등이다.

위와 췌장에서 분비되는 지방분해효소는 지방을 분해해 체내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지방흡수억제제는 이 효소를 억제해 지방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감소하는 작용을 한다. 식욕억제제는 식욕 저하로 인한 음식 섭취를 감소시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비만치료제는 체중감량이 어려운 경우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비만치료에는 식사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게 우선이다. 비만치료제는 △세계 비만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가 30kg/m²이거나 27kg/m²이상이면서 심혈관계합병증 수면무호흡증 등이 동반된 경우 △아시아태평양 비만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가 25kg/m²이상이거나 23kg/m²이상이면서 관련 합병증이 있는 경우 권장된다.

◆비만치료제 작용 기전 = 비만치료제 작용은 △에너지 저장 조절 △에너지 소비 조절 △위장 매개 식욕 및 포만 신호 △중추신경계 매개 식욕 및 포만 신호 △유전자 등으로 구분된다.

‘에너지저장 조절’은 과도하게 탄수화물과 지방을 섭취하면 지방 세포에 저장되는데 에너지가 필요할 때 지방세포는 저장된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을 사용하게 되는 기전을 활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방세포가 수축하고 전체 지방조직이 감소해 체중을 감소시킨다.

‘에너지 소비 조절’은 휴식상태에서 호흡 순환 및 뇌활동 등 신체 과정을 유지하기 위한 휴식대사율과 체내 신진대사 그리고 신체활동 등을 통해 이뤄지는 기전을 활용한다.

‘위장매개 식욕 및 포만 신호’는 위장관 자극을 통해 직접 작용하거나 순환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뇌에 신호를 전달하는 기전을 활용한다. 위장관은 에너지 영양소 흡수의 주요 부위다.

‘중추신경계 매개 식욕과 포만신호’ 작용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신호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기전을 활용한다. 중추신경계의 시상하부는 음식섭취를 유도하고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유전자 표적’은 FTO MC4R BDNF 등 비만과 관련 있는 유전자를 대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유전자와 비만 간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단일 유전자돌연변이는 비만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성 문제로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 현재 비만치료제의 주요 표적은 식이성 지방흡수억제와 식욕 억제에 주로 집중돼 있다. 하지만 비만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충족하는 약물은 적다. 또한 장기복용할 경우 심혈관 위험, 자실위험 증가, 약물 의존과 남용 가능성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약물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1900년대 이후 퇴출되는 사례들이 계속 생기고 있는데 21세기 이후를 보면 2000년 페닐프로파놀아민은 뇌줄종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있었다. 2010년 시부트라민은 심혈관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퇴출됐다. 2020년 로카세린은 암 발생 위험 등으로 승인이 철회됐다. 때문에 비만치료제 안전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티프제파타이드는 각각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수용체작용제 단일제제와 복합제제이다. 적응증 확대를 통해 비만치료제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기존 약물의 질환군 확장에 해당하며 새로운 개념의 약물은 아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2017년 제2형당뇨병(오젬픽)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고 2021년 체중 조절을 위한 비만치료제로(위고비)로 승인됐다. 기존 약물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티르제파타이드는 2022년 제2형 당뇨병치료제(마운자로)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다. 2023년 체중조절을 위한 비만치료제(젭바운드)로 승인됐다.

◆디지털 기술로 효과적인 약물 개발 기대 = 김민석 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등은 “기존 약물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새로운 비만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양한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투여방법이 필요하다. 현재 비만치료제는 복용하는 것과 피하지방 주사제가 있다. 마이크로니들과 같은 새로운 투여 방법이 개발 중이다.

그리고 다양한 기전에 작용하는 약물을 조합해 치료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단일약물로는 체중 줄이기와 합병증 완화 그리고 식욕억제나 지방대사 촉진 등 복합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지속적인 체중 유지를 위한 약물개발이 중요하다. 비만치료 초기에는 전문의약품으로 체중을 줄이고 그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개발이 필요하다. 2023년 기준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전문의약품이 87.6%를 차지했다.

개인 맞춤형 비만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 비만에는 상체 하체 비만이 있고 남성은 상체, 여성은 하체 비만이 많다. 또 △내장 지방과 피하지방의 비율 △체지방의 집중 부위 △유전자 △생활 환경과 습관 △신체활동 등 개인 맞춤형치료 기술 개발을 통한 새로운 비만치료제 접근이 제시된다.

김 책임연구원 등은 “지방은 에너지 저장 역할 외 체온조절 호르몬생성 뇌기능유지 등 생존과 건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며 “향후 장기복용의 안전성과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비만관련 다양한 기술개발로 혁신적인 비만치료제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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