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받은 현재권력…기회 얻은 미래권력
한동훈 63% 압승…윤, 국정운영방식 불만 표심
한,'이재명 대항마' 기대감…‘특검법’ 갈등 예고
윤석열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치러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겉으로는 대표 후보 4명의 각축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현재권력(윤 대통령)과 미래권력(한동훈)의 충돌이었다. 결과적으로 현재권력은 참패했고 미래권력은 압승을 거뒀다. 당원과 민심은 현재권력을 심판했고, 미래권력에 기회를 줬다.
윤 대통령 임기가 아직 3년이나 남았다는 점에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라는 관측이다.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가 대승을 기록했다. 62.84%를 얻어 1차 투표에서 경쟁을 끝냈다. 정치입문한 지 7개월밖에 안됐고 당내 지지기반도 약한 한 대표가 쟁쟁한 중진급 정치선배들을 압도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대표의 압승 배경을 놓고 “현재권력을 심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윤-한 갈등’으로 윤 대통령의 대척점에 선 한 대표에 대한 지지로 쏟아졌다는 것이다. 한 대표로선 ‘윤-한 갈등’의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국민의힘 영남권 재선의원은 23일“(윤석열정부는) 민심을 경청하고 순응하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김 여사 비공개 출장조사도) 민심을 거역하는 행태다. 민심은 떳떳하게 공개조사에 임하라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안했다. (한 대표 당선은)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따르는 국정운영을 하라는, 당장 변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윤석열정부도 성공하지 못하고, 정권재창출도 어렵다는 당원들의 위기의식이 한 대표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지난해 (친윤 김기현 후보가 당선된) 전당대회에서는 윤 대통령을 (여당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에 당원들이 동의한 것인데, 총선을 거쳐 치러진 7.23 전당대회에서는 (윤 대통령을) 뒷받침했다가 (총선에서) 참패했으니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당원들의 인식 변화가 주요하게 작동했다”며 “당원들은 (여당이) 윤 대통령 뒷받침만 해서는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도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권력을 상징하는 한 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승리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맞서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는 대항마가 누구냐를 따지면서 한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상대적으로 미래권력으로서의 기대감이 약했다는 것이다.
현재권력에 대한 심판 정서와 미래권력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져 ‘한동훈 대표체제’가 출범했지만 앞으로 갈 길은 험난하다는 관측이다. 7.23 전당대회에서는 미래권력이 한판승을 거뒀지만, 이후에도 현재권력이 순순히 주도권을 내줄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김 여사 검찰수사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등이 당장 양측 간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한 대표는 23일 김 여사 비공개 출장조사를 겨냥해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자신이 공약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도 “토론해보겠다”며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친윤은 “특검 추진은 대통령 탄핵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