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취임 후 금감원 인력 10% 가까이 증가
가상자산 관련 부서 신설, 민생·불공정거래 부서 강화 변호사 직원 36.2% 늘어
법률수요 확대와 맞물려 전문성 있는 팀장·수석 이탈, 신입·경력 직원으로 채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 금융감독원 인력이 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으로 금감원에 관련 부서 2곳이 신설되는 등 법제도 변화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민생침해 금융범죄 근절 등을 위한 조직 확대 등도 작용했다.
금감원이 25일 국회 업무보고를 위해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금감원의 현재 인원은 2155명으로 이 원장 취임 초기인 2022년 7월(1991명)에 비해 164명(8.23%) 늘었다.
금감원 퇴직자가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현원이 증가한 것은 공채와 경력직 채용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감원 퇴직자는 43명, 올해 상반기에만 29명이 사표를 냈다.
금감원은 신입직원을 매년 60~70명 가량 뽑았지만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22년 90명, 지난해 120명을 채용했다. 외부전문인력인 경력직 채용 인원은 지난해와 올해 초 100명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만 44명이 채용됐다.
◆코인 불공정거래 단속 시작, 특사경 인력도 증가 = 제도적 변화에 따른 금감원의 인력 확대도 불가피했다.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달 19일 시행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신설해 코인 불공정거래 단속에 돌입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전면 개편해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가 증가로 디지털 리스크 관리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금융IT안전국도 신설됐다.
검사 출신 이 원장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수사를 강화하면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인력 역시 늘었다. 2019년 7월 출범한 특사경은 당시 10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독자적인 압수수색 등이 어려웠다. 이 원장 취임 당시 특사경 인원은 26명으로 금감원 본원에 15명, 금융위 특사경 파견 4명, 서울남부지검 파견 7명이었다. 올해 특사경 정원은 51명으로 2배 가량 늘었고, 현재 인원도 정원을 모두 채운 51명이다. 본원에 36명, 금융위 특사경 파견 4명, 서울남부지검 파견 11명이다. 이밖에 공매도 특별조사단도 신설됐다.
◆로스쿨 출신 입사 늘고, 로펌 수요 계속 커져 = 법조인 출신이자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 원장 재임 기간 중 변호사 직원 증가율은 36.2%로 크게 늘었다. 6월말 기준 금감원의 전문인력은 변호사(233명), 공인회계사(452명), 보험계리사(47명), 박사(49명) 순이다. 변호사는 2년 전 177명에서 56명이 늘었다. 공인회계사도 418명에서 452명으로 34명(8.13%) 증가했다. 반면 보험계리사(44명)와 박사(48명)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변호사 직원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금감원의 업무 특성상 법적 판단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검사·제재 과정에서 법규정 적용을 놓고 금융회사와 직원을 대리하는 로펌 변호사들과 공방을 벌이는 일도 잦아졌다. 대형 로펌들이 금감원 직원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면서 법률시장에서 금감원 직원들의 몸값은 높아졌다. 최근 금감원 신규·경력직 채용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쌓은 경력이 대형 로펌 등 재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면서 변호사들의 금감원 지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일정 경력을 쌓은 금감원 직원들이 로펌 등 업계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를 변호사 출신 신입 직원이 대신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전직 금감원 직원은 “법률 수요 확대와 맞물려 금감원 직원들의 이탈과 채용이 계속될 것”이라며 “금감원 인원이 늘었다고 해도 전문성 있는 팀장·수석급 인원이 빠져나가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 직원들이 많은 상태로 조직 구조가 유지되고 인력이 운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