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김민기 울릉도노래비 눈길
경북, 2020년 섬의날 건립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지난 22일 향년 73세로 세상과 이별한 고 김민기씨의 ‘내 나라 내 겨레’라는 노래의 가사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쓰고 부른 대한민국 음악계의 거장 김민기씨의 울릉도 노래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김민기씨는 지난 2020년 8월 8일 ‘섬의날’에 울릉도에 노래비를 남겼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릉도에 우리 민족의 정서와 자부심을 담고 있는 김씨의 ‘내 나라 내 겨레’ 노래비를 세웠다.
‘내 나라 내 겨레’는 ‘보라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훤히 비치나 눈부신 선조의 얼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중략)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라는 가사로 젊은이들의 맥박을 힘차게 뛰게 한 노래다. 김씨가 작사하고 가수 송창식씨가 작곡했다.
이 노래비에는 다양한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시 김씨는 기념비 설치 장소로 독도가 가장 잘 보이는 안용복기념관 앞마당에 세우기를 원했다. 그러나 노래비 제막식 당일 폭우가 내려 김씨는 울릉도에 들어오지 못했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에 따르면 노래비 건립이 본격 착수된 시기는 2020년 5월 27일부터다. 건립의 총괄진행은 김인호 경주대 교수가 맡았고 비석에 글을 새길 석공은 대한민국 명장 박종병씨였다. 비석의 돌 선정은 반드시 울릉도의 돌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최영근 울릉도 라페루즈리조트 대표가 기증했다. 울릉도 라페루즈리조트는 울릉도를 서양에 처음 알린 프랑스 라페루즈 탐험대에서 따왔다. 노래비 석공 작업은 이덕준씨의 집에서 진행됐다. 이씨는 발해 건국 1300주년을 기념해 발해 해상항로를 탐험한 이덕영 발해1300호 선장의 친동생이다.
노래비 설치를 주도했던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당시 경북도 환동해본부장)은 그 후 대학로 소극장 ‘학전’으로 찾아가 이철우 경북지사의 감사패를 김민기씨에게 전달하며 그의 공로를 기렸다.
김씨는 그 자리에서 “저의 음악이 아름다운 울릉도와 독도를 위해 쓰일 수 있어 영광”이라며 “우리의 섬과 바다를 지키고 가꾸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게 되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일 사장은 “고 김민기씨가 사랑한 자연과 음악의 혼이 깃든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그를 추모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고 김민기씨는 1970년 ‘아침이슬’로 데뷔해 ‘상록수’ 등을 발표했으며,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음반을 발매했다. 1991년부터는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해왔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33년 동안 300여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