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만 보이는 국회…민생현안 입법 밀려
채 상병특검 처리 후 김건희·한동훈 특검법 대기
혁신당 ‘탄추위’ 출범 … “법사위만 보여” 한탄도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4법 본회의 처리를 공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예고했다. 190석이 넘는 야당 의석을 고려하면 필리버스터 강제종료를 통한 의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2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청원 관련 2차 국회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또 김건희·한동훈 특검법이 법사위에 올랐고, 조국혁신당은 25일 ‘탄핵추진위’를 출범시켰다. ‘특검법’으로 달궈진 여름 정국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는 2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청원 관련 2차 국회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검찰이 지난 22일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 소환조사한 것에 맹공을 이어온 상황이어서 특검 등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대통령실 관계자 등이 야당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상황에서 여야의 치열한 공세가 예상된다.
법사위는 또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해 향후 청문회·공청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법사위는 2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한동훈 특검법’(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 진상규명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 의결하고 향후 청문회 또는 공청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은 지난 여당 전당대회에서 제기된 ’댓글팀 운영 의혹‘과 ’공소취소 청탁‘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검증팀을 만들어 조사하기로 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의 지시로 이뤄진 TF 구성을 추진해 여당을 직접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또 방송통신위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공식 임명하기 전에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해 다음 달로 임기가 끝나는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진 선임을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 탄핵안 처리에 나설 경우 탄핵안 추진의 적법성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도 특검정국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민주당에 앞서 한동훈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등을 제기한 조국혁신당은 25일 ’3년은 길다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른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추진위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조 국 대표는 “당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법적 탄핵, 퇴진을 추진하는 대정부 투쟁의 중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특검법으로 시작한 여름 정국이 더욱 뜨겁게 달궈지면서 여야간의 타협 실마리는 더욱 멀어지는 양상이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여야 정쟁국면으로 흐르는 것에 정치적 부담감을 우려했던 민주당 인사들은 아예 입을 닫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법사위 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특검법 논란 등이 어느정도 마무리가 돼야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좀처럼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여당의 입장 변화 없이는 당분간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민생법안 등 주요 현안이 특검법 등에 가려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 문제 등 민생현안은 지금부터 논의를 해도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는 상황인데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매듭이 지어져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지역구에서 국회에 법사위만 있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의정갈등 같이 중요한 현안이 쟁점에서 밀려난다는 것이 이해가 되나. 말로만 민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는 여야의 이견이 적은 민생법안이 상당한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환노위의 경우 노란봉투법 관련 법안 4건 외에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 확대, 난임치료 유급휴가 확대 등을 담은 ’모성보호 3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과 범죄 피해자 보호법은 여야의 이견이 거의 없는 법안이지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