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진숙 낙마’ 난항 …‘법카 불법’ 맹공

2024-07-25 13:00:02 게재

이 후보자 “사적으로 단 1만 원도 쓴 적 없다”

대전MBC 현장검증, 청문회 연장 등 총력전

편향 발언엔 “자연인 시절” “답변 않겠다” 방어

더불어민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낙마를 위해 전력을 총집중하고 있지만 임명 전 낙마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과거 언론탄압 의혹이나 좌파 비판 SNS 글과 강연, 이태원 참사 기획설 동조 의혹 등에 대해 묵비권 등으로 ‘철벽방어선’을 펼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원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 이 후보자가 ‘단 만원도 규정에 어긋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깨기 위해 전력을 총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사장으로 재직했던 대전MBC 현장 검증에 나서는 한편 청문회 일정을 연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희, 인사 안 한 이진숙 귀에 대고 “나와 싸우려 하면 안 돼”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선서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이 후보자를 다시 불러 귀에 대고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속삭였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5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작정하고 나온 이진숙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임명 강행 의지가 강해 보여 ‘명확하고 치명적인 불법’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임명전 낙마에 해당하는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대행에 의한 ‘1인 방통위’는 현재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과 KBS의 이사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이사후보 지원을 받았고 국민 의견수렴 도 끝냈다. 새 방통위원장이 임명되면 ‘2인 체제’로 이사 선임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임명을 막지 못하면 국회의장과 민주당 추천 없이 대통령과 여당의 추천 몫으로만 이사회가 꾸려져 MBC 사장 교체 등 정부 편향 인사와 보도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우려다. 이 후보자는 가장 급선무가 ‘이사 선임’이라고 밝힌 만큼 임명 직후에 선임안 의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상인 대행에 대한 탄핵안 발의로 ‘지연’과 ‘정치적 부담’을 주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으나 대통령실의 방통위 운영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보자가 낙마하려면 후보자 자신의 치명적인 도덕적 흠결이나 자녀·부모의 재산형성과정, 입시·병역 비리, 학교폭력 가해 등 불법 또는 권한 남용 사례가 나와야 하지만 ‘첫날 청문회’에서는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평가다. 이 후보자 주변에 대한 의혹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본인에 대한 과거 발언이나 SNS글에서 ‘좌파에 대한 비판’에 대한 야당의 강한 공격이 나왔지만 이 후보자는 “자연인과 공인은 다르다”는 논리로 “문제없다”며 버텼다. 5.18 민주화 운동 등 가치관, 역사관, 정체성 등을 묻는 질문엔 “건건이 답변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반복하며 질문하는 의원들의 말문을 막아 섰다. 청문회 후반부에는 김재철 전 사장, 권재홍 전 MBC 부사장 및 노조 관계자 등 MBC 전현직 직원들이 대거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과거 MBC 파업 과정에서 대립한 내용들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이어졌다. 집권세력이 바뀔 때마다 진보-보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인사·보도방향이 달라지는 모습이 드러나는 등 ‘MBC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탓에 이 후보자의 MBC 보도본부장 당시 세월호 참사 보도의 ‘전원 구조’ 오보와 유족 비하 논란,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 연예인 정치 성향과 관련한 과거 발언이나 MBC 민영화와 연예·방송계 블랙리스트 제작 관여 의혹 등에 대한 초점이 흐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법인카드 불법 사용’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전날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MBC 간부와 대전 MBC 사장으로 있을 때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과 대전의 호텔과 백화점, 노래방, 단란주점, 빵집, 슈퍼마켓 등에서 쓴 카드 내역을 캐묻는 야당 의원들에 “모두 업무 용도였다”거나 “구체적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사적으로 단 1만 원도 쓴 적 없다”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이 “혹 1만원이 허투루 쓰였으면 자리를 내려놓겠느냐”고 다그쳤지만 이 후보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김 의원은 “대전 MBC에서 모든 자료를 제출받아야 한다. 김영란법 위반 및 횡령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후보자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 대전 MBC 측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후보자는 거절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오는 27일 대전 MBC를 찾아 이 후보자가 사장 시절 쓴 개인용·공용 법인카드 내역을 확인하는 현장 검증 실시 안건을 상정했고 가결됐다. 야당은 청문회 기간 연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건수가 224건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더 해야 한다”고 했고 최 위원장은 “제출하지 않으면 청문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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