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쇼크…미 증시, 2년 만에 ‘최대 폭락’
“AI 기대 과도” 상승세 지속 회의론 커져
미 경기둔화 우려·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AI 지출대비 수익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에 미국 증시가 2년 만에 최대 폭락했다. 그동안 빅테크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AI 관련 평가와 함께 상승세가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회의론이 커졌다.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도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일대비 2.31%, 나스닥은 3.64% 급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25% 하락에 그쳤다. S&P 500 지수는 지난 2022년 10월 15일(-2.49%) 이후, 나스닥 지수는 지난 2022년 10월 7일(-3.80%) 이후 각각 1년 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시 급락은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달한 대형 정보기술 기업(빅테크) 실적과 경기둔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테슬라는 12.33% 급락했다. 전일 장 마감 후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이 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의 공개를 2개월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이어 테슬라에 대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았지만 상대적으로 부진한 유튜브 광고 수익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한 AI 투자 규모가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어 관련 지출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5.04% 하락했다. 엔비디아(-6.8%), 메타(-5.6%), MS(-3.6%) 등 다른 대형 기술주들의 낙폭도 컸다. 이에 따라 미국의 7대 기술기업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은 약 7600억달러(약 1051조원)나 증발했다.
미국 최대증권사 찰스 스왑은 “이번 결과는 그동안 빅테크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AI 관련 기대가 과도했다는 평가에 기인한다”며 “특히 매그니피센트7이 AI 부문에 대규모 지출을 지속하지만 수익은 아직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 증권사는 “증시 전체가 일부 대표 빅테크의 주가 상승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불안 증폭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를 둘러싼 과열 의견이 점증해온 가운데, 지난 6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AI 산업의 성장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재확산됐다”며 “특히 M7 주식에 대한 실적의존도가 높아진 상황 속에서 이들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7월 이후 테크주 주가 조정 지속에 따른 기술적·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S&P 글로벌에서 발표한 미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치 51.5를 크게 밑돌고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인 49.5를 기록하며 수축국면에 진입했다. 애틀란타 연은의 GDPnow는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으로 하향 조정했다. 6월 신규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기대비 7.4% 급감했다.
한편 이번 주가하락은 강세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 주 예정된 MS, 아마존 등 여타 M7 주식들의 실적 발표 이후 분위기가 다시 한 번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또 IBM이 AI 소프트웨어 사업 호조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간외에서 3%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