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공인회계사 양성과 회계법인 책임

2024-07-26 13:00:06 게재

공인회계사 2차 시험이 6월 말 시행됐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50명 이상을 선발할 예정이다. 2019년 신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공인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증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선발인원을 2018년 904명에서 2023년 1237명까지 37%나 늘렸다.

하지만 작년부터 회계개혁으로 인한 특수가 끝나고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5년간 유예되면서 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 신규 채용이 감소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금융권이나 기업의 수요도 감소했다.

올해는 공인회계사 합격자의 절반인 700명 정도만 4대 회계법인에서 실무수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회계법인까지 포함하더라도 최소 400명 정도는 회계법인에서 실무수습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공인회계사 양성 필요

국제회계사연맹은 국제교육기준을 통해 전세계 공인회계사들이 갖추어야 하는 역량과 자질을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시행되는 우리나라 공인회계사 시험제도 개편도 국제교육기준이 반영된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공인회계사 양성체계는 대학교육을 통한 학점이수와 공인회계사 1차시험과 2차 시험, 그리고 실무수습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과정을 이수해야 국제교육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특히 2년간의 실무수습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연수원의 연수교육과 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실무를 통해 외부감사인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과 경험을 갖추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다. 의사들이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국가고시에 합격 후 종합병원에서 수련의 및 전공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 유사하다.

현행 법규상 회계법인 이외에도 상장기업에서 실무수습이 가능하지만 기업에서는 회계감사와 관련된 기본적인 훈련과 경험을 쌓기 어렵고 수습회계사를 지도할 경험이 있는 공인회계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실무수습에 필요한 자원과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기관은 4대 회계법인과 일부 중견 회계법인에 불과하다. 심지어 기업들도 경험이 없는 수습회계사보다는 실무수습을 제대로 받은 공인회계사를 채용하길 원한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에게 필요한 실무교육 없이 바로 외부감사 수행 자격을 부여한다면, 수련의와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의사에게 환자 수술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험이 부족하고 자격 미달의 공인회계사가 배출된다면 감사품질 하락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는 외부감사인이 독립적인 입장에서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해 감사품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회계법인은 감사투입시간을 늘렸고 과거보다 더 높은 감사보수를 받게 되었다. 정책적 혜택에는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수습회계사들에게 양질의 실무수습 기회를 제공하고 회계전문가로 키워내는 것은 회계법인의 사회적 책임이다. 공인회계사 실무수습은 기업의 인력 채용과는 달리 자본시장에서 필요한 회계전문가를 공급하는 역할이다.

선발인원 결정 때 시장수요와 회계법인 실무수습 여력 함께 고려해야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을 늘려도 양질의 수습기회가 없으면 부실 회계사만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인회계사 실무수습은 도제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갑자기 실무수습 인원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을 결정할 때 시장수요와 회계법인의 실무수습 여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무수습 여력을 고려하지 않고 선발인원만 확대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은 수습회계사 채용을 늘리거나,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회계법인에게는 감사인 지정을 확대하거나, 조직감리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회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