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 중국시장서 갈수록 고전
혼다, 현지 생산능력 30% 폐쇄·일시 중단
일본제철, 자동차용 강제 생산 70% 줄여 중국업체 전기차 확대로 시장점유율 급락
일본 완성차 업체의 중국시장 고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업체가 전기자동차(EV)를 앞세워 빠르게 자국시장을 장악하면서 일본 업체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혼다가 중국내 가솔린자동차 생산을 30% 줄이기로 결정했다”면서 “히노자동차도 중국내 엔진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제철이 생산능력을 대폭 줄이는 등 중국내 자동차 공급망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혼다는 중국내 가솔린차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150만대에서 100만대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혼다의 이번 계획은 중국시장에서 처음이고, 감산 규모도 일본차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혼다는 이에 따라 7개 현지 공장 가운데 광둥성에 있는 공장을 10월에 폐쇄하고, 후베이성 공장도 11월부터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한다.
혼다는 글로벌 생산능력 연간 500만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100만대 규모이고, 중국이 가장 컸다. 이번 조치로 혼다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미국과 중국이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시장은 현지 업체가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공급과잉 상태”라며 “중국차의 저가 공세에 일본차의 생산과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내 사업 축소는 혼다에 그치지 않는다. 히노자동차는 중국내 자회사를 내년에 청산할 예정이다. 자회사 ‘상하이히노엔진’은 2003년 현지 기업과 절반씩 출자해 만든 기업으로 트럭과 건설기계 등에 쓰이는 디젤엔진을 생산해왔다. 최근 상용차에서도 중국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를 버티지 못하고 현지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닛산자동차는 지난달 장쑤성내 가솔린차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내 16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10% 가량 줄였다. 더구나 닛산은 중국내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에 그치는 등 여전히 생산능력이 과잉상태여서 추가적인 공장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완성차업체는 지난 2000년부터 중국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현지기업과 공동출차 등을 통해 생산 및 판매를 늘려왔다. 특히 2020년 현지 시장점유율을 20% 수준까지 확대하는 등 한국업체와 달리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인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전기차(EV) 촉진정책에 따른 각종 세금우대 등으로 기존 가솔린차는 현지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혼다의 올해 6월 판매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 가량 줄었다.
일본 완성차업체가 고전하면서 자동차산업 전반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에 강재 등을 공급했던 일본제철은 현지 업체와의 공동출자를 중단하는 등 중국내 생산능력을 70%나 줄였다. 자동차 소재와 부품 등을 공급하던 ‘테이진’도 현지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자동차용 와이어패널 등을 공급했던 ‘후지쿠라’도 지난해 현지 생산을 중단했다.
한편 일본차의 공급망 후퇴는 동남아 등지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업체와 지방정부 계획에 따르면,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3600만대 규모로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차 과잉생산은 결과적으로 동남아와 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중국차가 동남아와 남미로 향하고 있다”면서 “일본차의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시작됐고, 스바루자동차는 태국에서 생산을 중단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