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수해피해, 충청권 대책마련 고심
침수·제방붕괴·교량침하 반복
개선요구에 예산·시간 걸림돌
수해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장마대비 기반시설이 예전 기후조건을 고려해 건설된 만큼 이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6일 충청권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는 최근 장마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충청권엔 수년째 장마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충남 부여군은 25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같은 지자체가 홍수라는 같은 사안 때문에 3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부여군은 올해도 25일까지 254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여군은 앞서 24일 은산면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도시침수 예방사업에 군비를 우선 투입, 조기에 착수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인 2028년보다 1년 앞당겨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수관로를 새로 하고 배수펌프장 3개소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예측할 수 없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을 조기에 착수·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여군은 지난 3년간 반복적으로 침수피해를 입고 있다. 부여군은 금강 하류에 위치해 있고 지대가 낮다. 이 때문에 배수펌프장이 타 지역에 비해 다수 위치해 있지만 대부분 20~30년 장마 빈도로 건설돼 있다. 일반적으로 논농사의 경우 20년 빈도, 원예작물은 30년 빈도로 지어져 있다.
문제는 수년째 이 지역에 내린 비가 당초 계획돼 있던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부가가치가 높은 원예작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배수시설 용량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
부여군 관계자는 “장마대비 인프라가 예전을 기준으로 돼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접한 충남 논산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논산시는 침수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제방붕괴 위험을 안고 있다. 논산시는 지난해 금강 제방과 금강 지류인 논산천 제방 2곳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도 논산천 제방 1곳에서 구멍이 생기는 파이핑 현상이 발생해 복구공사를 벌여야 했다.
논산천은 탑정호부터 금강까지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으며 제방은 100년 장마 빈도로 지어져 있다. 논산시 관계자는 “논산천 제방붕괴는 높이와 폭보다는 일제 강점기 때(1931~1933년) 건설된 만큼 노후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논산천 주변 주민들이 장마 때마다 공포에 떨고 있지만 대책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부터 논산천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해당 용역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2026년이다.
대전시는 3대 하천 교량이 비상이다. 이번 장마로 서구와 중구를 잇는 대표적인 교량인 유등교가 주저앉아 통행이 금지돼 있다. 장마기간 거센 물길에 교각 밑이 패이면서 다리 전체가 침하되고 뒤틀렸기 때문이다.
지역에선 대전지역 교량과 하천 구조물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등교처럼 1970년대 방식으로 지어진 교량 등에 대해선 보강공사 요구도 나온다.
대전시 관계자는 “비슷한 유형의 교량을 전체적으로 조사하고 점검 매뉴얼도 재검토할 게획”이라며 “강물에 패이는 현상을 방지하는 시설의 보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지자체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예산이다. 일반적으로 장마대비 인프라의 경우 10년 장마빈도를 높일 경우 공사비가 곱절로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인명피해만 없다면 차라리 피해복구가 훨씬 경제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부여군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최근 피해가 반복되고 집중된 지역에 대해선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