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하청노동자 76% “블랙리스트 있다”
취업제한 직접 경험도 18%
“삼성중공업과 공유”
#. 조선소 도장업체에서 파워그라이더(전처리) 작업을 30년간 해 온 노동조합 조합원 A씨는 올해 5월 정년퇴직하고 ‘사외업체’라고 불리는 임시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한화오션에서 실시하는 안전교육을 받았고 원청에서 발급한 출입증을 받아 첫 출근했는데 임시 하청업체 대표가 면담하자고 했다. 대표는 “노조원인 걸 알고 있다. 임시 하청업체에 노조원이 있으면 원청인 한화오션이 폐업을 시킨다”면서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퇴사하라”고 말했다.
#. 조선소 탑재업체에서 25년간 용접사로 일해 온 B씨(54)는 한화오션 하청업체 상용직 본공으로 일하다 최근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물량팀으로 일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 주관 안전교육을 받고 출입증도 나왔다. 첫 출근을 앞두고 물량팀장이 “노조활동 경력이 있기 때문에 입사가 안된다”고 통보했다. B씨는 한화오션 하청업체를 그만둔 상태인데 막막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취업을 제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공유한다는 하청노동자 현장증언이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가 지난 4~6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479명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 실태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76%(364명)가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없다’는 5%에 불과했다. 2017년 926명 하청노동자 대상 블랙리스트 실태조사에서는 44%(405명)가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주변에서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당한 하청노동자를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3%(303명)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취업에) 피해를 본 이유로 ‘노조 가입’(52%)을 가장 꼽았다. 이어 ‘업무상 다툼’(17%) ‘산재신청’(12%) ‘임금체불’(4%) 등이 뒤를 이었다.
‘블랙리스트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18%(87명)나 됐다. 이 역시 2017년 실태조사에서 5%(48명)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조선하청지회는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를 A B C로 등급을 나눠 관리하는 ‘블랙리스트’를 삼성중공업과 공유하고 있다”면서 “블랙리스트 취업제한은 명백한 불법이나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원청 조선소들은 블랙리스트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