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공무원 함께 이웃 보듬는 ‘품격 도시’
“인적자원 풍부하고 봉사의지 높아”
서비스 제공자도 신바람 나게 지원
서울 강동구 복지 담당 공무원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는 전은경 사례관리사는 “시도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11월부터 만나기 시작한 이웃 서 모씨 이야기다. 지적장애와 불안증을 안고 있는 서씨는 강동구 챙김을 받으면서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중이다. 전은경 사례관리사는 “치매로 누워있는 80대 노모가 활동보조인 도움으로 잘 생활하고 있어 딸의 자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칫 모녀 모두의 일상이 흔들릴 수 있다.
27일 강동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주민과 공무원이 손발을 맞춰 이웃을 보듬는 ‘핀셋 복지’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복지급여 종류만 80종이 넘지만 대부분 신청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세심하고 꼼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수희 구청장이 상갓집에서 우연히 접한 한 가정 사례가 족집게 같은 복지서비스 출발점이다. 경계선지능인 아이를 키우는데 씻지도 않을 정도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가족이 모든 부담을 떠안은 상태였다. 통합사례관리를 받는 가구로 선정된 지금은 공공·민간이 종합지원을 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강동은 이웃을 위해 기꺼이 봉사하려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며 “이웃이 함께 보듬는 정서가 곧 강동의 품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작한 ‘방방곳곳 문고리 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모든 세대를 찾아가 복지정보가 담긴 문고리형 홍보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각지대를 발굴한다. 주민등록 사실조사 기간을 활용해 18개 동 복지통장 591명이 활약한 결과 총 190건을 발굴·지원할 수 있었다.
지난 2월에는 ‘우리동네시니어발굴단’을 구성해 시범 운영 중이다.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다가구·다세대 밀집지역 6개 동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하고 주민들과 소통·홍보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는 조직이다. 지난달에는 ‘강동 위함(for)’ 선포식을 열었다. 복지시설과 보건복지서비스 제공기관, 경찰과 소방, 복지통장과 명예사회복지공무원 353명까지 참여하는 인적 안전망이다. 구 관계자는 “적극적인 신고문화가 안착됐다”며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효과를 설명했다.
조직 내에서는 사례를 중심으로 한 업무 지침서를 만들어 실무자들이 공유하도록 했다. 126개 복지사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 동주민센터와 초·중·고교 복지기관 병원 등 142곳에 배부했다.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유사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공유 요청을 해올 정도다.
무엇보다 각 시설 종사자와 이웃을 돕는 주민들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연간 20만원 상당 복지포인트와 안식휴가, 대체인력 파견과 인건비 지원, 힐링 프로그램 등이다. 이수희 구청장은 “서비스 제공자가 신바람 나야 수요자 만족도가 높다”며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 각자에게 꼭 필요하면서 실용적인 맞춤형 복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