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소비자 환불 수순, 판매사는 줄도산 우려
정부, 현장조사 통해 회사에 해결 촉구 … 직접 개입은 제한적
금융당국, 카드사에 결제 취소 협조 요청 … ‘피해 분담’ 주문
판매업체 미정산 1700억 넘어 … 영세 판매업체 지원안 없어
티몬·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관련 부처들이 지원에 착수한 가운데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은 진행되고 있지만 판매업체 피해 수습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판매업체에 대한 미정산 금액이 5월까지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6월과 7월 미정산 금액이 더해지면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피해 구제 방안을 찾고 있지만 티몬·위메프와 판매업체들 사이에 이뤄진 사적 계약 영역이어서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합동조사반이 티몬·위메프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조사에 착수했지만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두 회사의 적극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가 강하다. 조사반은 정산지연 규모, 판매자 이탈현황, 이용자 환불 요청 및 지급 상황 등을 실시간 확인하는 등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자금조달과 사용계획을 제출받아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를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티몬과 위메프가 취소, 환불과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동성 문제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만큼 티몬과 위메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고 두 회사를 소유한 큐텐그룹이 얼마나 자금을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는 상당 부분 사적 계약이 이행이 안 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큐텐그룹이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위메프는 고객 1450여명에게 환불을 해줬다고 밝혔다. 여행상품은 물론이고 일반 상품도 환불을 진행했다. 결제대행업체(PG사)와 카드 결제 취소를 두고 협의도 벌이고 있다. PG사들이 결제 건에 대한 카드 취소를 막으면서 소비자들은 계좌 입금 방식으로 환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티몬에서도 일부 환불이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8개 카드사 임원들을 소집해 결제 취소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오픈마켓 상품의 대금 지급은 소비자가 결제하면 대금이 카드사에서 PG사, 오픈마켓, 판매자 순서로 지급·정산되는 구조다. 따라서 카드 결제를 취소하면 PG사가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취소 대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 회사로부터 대금을 받기 어려워진 PG사가 결제 취소에 쉽게 동의해주기는 어렵다. 카드사들은 대금을 못받으면 PG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면 되지만 PG사들은 자금이 떨어진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PG사를 통해 결제 취소를 하지 않더라도 할부로 결제한 소비자는 카드사에 할부잔액을 납부하지 않는 할부 철회·항변권을 이용할 수 있고, 할부로 결제하지 않은 소비자도 ‘물품 미수령’ 사유를 들어 신용카드 이용대금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금감원은 할부항변권, 이용대금 이의신청을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결제를 취소할 수 있도록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티몬·위메프가 거래한 PG사들이 대형회사들인 만큼, 카드 결제 취소에 따른 손실이 건전성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와 PG사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실을 떠안는 방식보다는 서로 협의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분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업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행사들의 경우 티몬과 위메프에서 대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자와의 계약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이들 회사와의 결제를 취소하고 여행사와의 재결제를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중 결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형 여행사들의 경우 자금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계약 이행을 권고하고 있지만, 중소형 여행사의 경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관련된 대형 업체들을 상대로 피해 분담을 요청하는 상황이지만, 판매업체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원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카드사와 판매업체 등을 통해 취소·환불을 받을 수 있지만, 영세 판매업체들은 티몬·위메프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면 줄도산 할 가능성이 있다. 집단분쟁조정과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티몬·위메프의 유동성이 바닥난 경우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기도 힘들다.
한편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감원도 티몬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부담을 드리고 걱정을 끼쳐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