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호정치 부추겨” “당원요구 수렴”
경실련, 지구당 부활 토론회 “선거제도·정치개혁 병행”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유력한 이재명 의원이 정당의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2020년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었고, 임미애(민주당·비례) 의원은 25일 ‘정당의 지역활동 활성화’ 등을 담은 지구당 부활법안을 대표발의했다.
2004년 정당법 개정 등으로 지구당 폐지를 적극 지지했던 경실련이 최근 지구당 부활 논쟁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어 눈길을 끈다. 경실련은 지난 25일 ‘지구당 부활, 필요한가’ 정책토론회를 열고 지구당 부활과 관련한 찬성·반대 공개논쟁을 제안했다.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서강대 정외과 교수)은 토론 발제에서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지구당 대신 시·도당이 그 역할을 맡았지만 지역에서 당원을 조직할 수 있는 기능이 마비됐다”면서 “지구당 폐지는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부정부패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폐지된 것이 정치 논리에 타당한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지구당 부활 찬·반 주장을 제시하며, 지구당 부활이 현재의 환경 변화를 고려해 논의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사당화 방지, 고비용 해소, 회계 투명성 확보 등 조건들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보다 직접 적인 찬·반논리가 나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구당 부활이 한국 정치개혁을 위한 시급한 과제인가”라며 “지구당 부활이 원론적으로 필요하다 하더라도 한국의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구당 부활이 돈 많은 사람이나 후원금을 많이 걷을 수 있는 사람의 정치 진입 가능성을 높이며, 강성 지지자 중심의 팬덤 정치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실권을 갖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구당 부활이 지방자치를 촉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앙당이 지역을 빨아들이는 ‘빨대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중앙당과 지구당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 확장이 정치 신인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당 부활을 논의하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이 우선되어야 하며, 지역정당 활성화와 함께 지구당의 저비용, 민주적 운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구당 폐지 이후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 기반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컸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외 당협위원장이 사무소를 둘 수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구당 폐지 후 당원협의회가 사실상 지구당으로 활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공식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 양당 지도부가 찬성하고 있는 현 단계에 관련 논의를 진행시켜 지구당 부활 시 운영의 투명성 문제와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병욱 광명경실련 정책실장은 좋은 정당이 시민사회의 이익과 요구를 대표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구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구당 폐지가 사조직화 문제와 비용 문제 등을 둘러싼 과도한 도덕주의와 신자유주의 논리, 차떼기 사건으로 인한 시민 여론의 폭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구당 부재로 인해 지역 단위에서 선출직 단체장의 권한이 비대해진 반면, 의회는 무기력해졌다고 지적했다.
종합 토론에서는 지구당 부활 논쟁과 함께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지역정당 활성화, 선거구제 개편, 청년·여성 정치신인 공천 제도화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