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 당선이 경제에 악재인 이유

2024-07-29 13:00:02 게재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출범은 가뜩이나 휘청거리는 한국경제에 악재가 될 확률이 높다. 트럼프 대선 공약인 '어젠다 47'과 재집권 플랜 '프로젝트 2025' 에 제시된 내용에는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정책들로 빼곡하다. 예컨대 이민정책, 관세부과, 감세 기조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플레이션의 습격, 고금리 장기화 경향의 고착

우선 트럼프는 불법 이민에 매우 적대적인데 이는 노동 공급을 축소시켜 임금상승을 압박하게 만든다. 특히 미국 농업 부문과 의료 간병 서비스 분야는 이민자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임금상승 및 서비스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민자가 없을 경우 미국 내 임금상승률이 약 0.4~0.5%p 더 높을 것으로 추산한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최대 60%까지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 분석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수입품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2년 뒤 미 소비자물가는 2.5%p 높아진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개인소비지출, PCE) 중 수입품 비중은 10.7%에 달한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트럼프가 공언하는 감세정책은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를 한층 공고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은 너무나 많은 국채를 발행한 상태다. 미국의 2023회계연도 국채 총 발행액은 19조9000억달러, 순발행액은 2조달러로 2019년의 2배 규모였다. 또한 연준 보유분을 제외한 시장성 국채 잔액은 현재 22조6000억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3경1000조원이 넘는다. GDP 대비 79.8%에 해당한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명목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는 것이다.

상황이 한결 나쁜 건 쏟아지는 국채매물을 받아줄 큰 손들이 전만 같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미 국채보유량을 오히려 줄이는 중이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국채매입에 나서기 힘들다. 한마디로 수요에 비해 국채공급이 너무 많고 이는 필연적으로 국채가격 하락과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부 부채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현재 미 정부 부채는 34조7000억달러(약 4경7848조원) 수준이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연방 부채가 2034년까지 미국 연간 경제 생산량의 122%에 달하며 50조달러(약 6경8945조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격적인 건 정부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부담이다. 의회예산처(CBO)는 정부부채에 따른 이자 부담이 2022년 4750억달러에서 2032년 1조4000억달러, 2053년에는 5조400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빚더미 위에 앉은 미국 정부가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고금리 장기화, 강달러, 대미수출 감소는 한국경제에 치명적

트럼프 2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관세폭탄은 대미 수출의존도가 부쩍 높아진 한국에는 재앙이 될 것이다. 2020년 166억달러 수준이던 대미 흑자는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시 한국의 총수출액이 53억~241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자동차 배터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 산업도 트럼프 2기 아래서 적지 않은 부침을 겪을 전망이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트럼프 2기는 고금리 장기화와 대미수출 감소 등 한국경제를 직격할 복병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는 강달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원달러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뜩이나 성장 소비 재정의 모든 면에서 악화일로인 한국경제에 트럼프 2기 출현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것처럼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태경 자유+토지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