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입점업체, 유동성 지원 받지만 손실 보상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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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600억 규모 저금리 대출 … 금융권 만기연장 방식으로 지원
정산지연 금액 2134억, 6~7월 거래분 미포함 … 판매사 타격 불가피
정부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입점업체(판매사)에 대해 56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밝혔다. 이번 방안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자금조달 숨통을 틔어주기 위한 조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대출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주더라도 판매대금을 못 받을 경우 영세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높다.
29일 정부는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TF 회의’를 열고 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한 대응 현황과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유동성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번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약속한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위메프·티몬에게 있지만 정부는 선량한 소비자와 판매자가 입은 피해를 지켜볼 수 없기에,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환불 지원, 판매사 자금난 일시적 해소 = 정부의 지원 방향은 크게 2가지다. 소비자 환불을 적극 지원하고 판매대금을 정산 받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자금난을 해소시키는 데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여행상품 계약의 정상이행 협조를 요청한데 이어 내달 1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카드대금 이의신청 등 안내강화와 민원 모니터링 등의 협조를 요청했다.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들과도 간담회를 열고 피해 고객의 결제취소를 거부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은 구매된 상품권을 사용처 또는 발행사가 사용금지 조치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상품제공 또는 환불 협조를 유도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대책반 및 실무대응팀을 구성하고 여행·숙박·항공권 분야 집단분쟁조정 신청접수를 내달 1일부터 9일까지 받기로 했다. 금감원과 소비자원은 현재 민원 접수 창구를 운영 중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은 페이사와 PG사들이 결제취소를 진행 중이며 카드사들도 이의신청 등의 접수를 받아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물품과 서비스를 판매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한 정산지연 금액은 2134억원이다. 이달 25일까지 정산기일이 경과된 금액이다. 티몬이 1280억원, 위메프가 854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대금정산 기일은 통상 서비스·재화 판매일로부터 약 50~60일 이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산기한이 남은 6~7월 거래분을 포함한 8~9월중 대금정산 지연금액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판매자는 판매대금 미정산, 위약금(항공권 취소 수수료 등) 지급 등으로 유동성 애로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원 지원,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의 보증부 대출프로그램 3000억원 신설, 여행사 등 대출 이차보전 600억원 지원 등 최대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세금납부 연장, 압류 유예 조치도 =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정산지연액 또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한도(중진공 10억원, 소진공 1억5000만원) 내에서 저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금리는 중진공은 3.4%, 소진공은 3.51%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이 협약을 통해 신설하는 ‘3000억원+α’ 규모의 보증부 대출프로그램은 한도 3억원, 보증비율 90%에 최고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조건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기술보증기금은 피해기업에 특례보증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증비율을 90%로 늘리고 보증료율은 0.3%p 감면된다. 여행사 등 관광사업자가 받은 대출에 대해서는 600억원 한도로 금리를 2.5~3%p 낮추는 이차보전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과 전체 금융권은 피해업체의 기존 대출에 대해 최대 1년까지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지원하고, 은행의 선정산대출도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티몬·위메프에 입점했던 기업이 신규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타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판매대금 미정산에 따른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소PG사를 중심으로 세정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가세 환급금 조기지급과 세금납부 최대 9개월 연장, 신고내용 확인 대상에서 제외 및 세무조사 중지, 체납시 최대 1년까지 압류 유예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항공사와 여행사간 협의를 바탕으로 불가피한 항공권 예약취소에 대한 수수료(위약금) 면제도 추진된다.
일단 관련 조치가 신속하게 시행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유동성 위기를 당장은 막을 수 있겠지만 손실 보상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티몬·위메프 등은 판매업체에 대한 보상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큐텐그룹 계열사 4곳의 영업 활동으로 인한 누적 손실이 2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큐텐그룹은 금융당국과 면담 과정에서 5000만달러(700억원)의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자금조달 계획은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제 계획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실제로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며 “회사측의 대응여력이 없어 보여서 판매사들이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주요 e커머스 기업 대상 간담회를 열고 업계 애로사항 파악 및 위기상황 확산 방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는 전자상거래법과 전자금융법 등 관계법령의 적정성 검토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커머스 업체 소비자보호 책임 강화, PG사를 통한 결제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공정위와 금감원 합동점검반은 위법사항 집중 점검과 함께 필요시 수사의뢰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전자상거래법상 공급계약 이행의무와 대금환불 의무 등의 위반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