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대강 ‘핑퐁 대치’… 민생 외면 비판 고조
야, 방송4법 강행 … 윤, 거부권·인사권 속도전
“국력 낭비, 양당 지도부 안착되면 대화 터야”
정부여당과 거대야당의 도돌이표식 입법 충돌이 폭염·폭우가 거듭되는 올여름 날씨마냥 국민을 지치게 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야당 요구에 따라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 여당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저항하고, 야당이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되돌린 후 국회에서 다시 폐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외부 추천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4법(방통위·방송·방송문화진흥·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이달 30일 본회의에서 처리 완료할 전망이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부터 방통위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을 차례로 상정했다. 각 법안 상정 때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 국회법을 근거로 24시간 후 강제종결시킨 후 야당이 법안을 표결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후 마지막 남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자 재차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 법안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치면 5박 6일간의 필리버스터 끝에 오는 30일 오전 본회의 처리가 완료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및 방송통신위원회 인선으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최종 목표는 MBC 사장 교체다.
먼저 대통령실은 그동안 국회 통과 법안 공표의 조건으로 “여야 합의 우선”을 내걸어 왔다. 이를 명분으로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르면 이번 주 내, 혹은 다음 달 6일 이후 한덕수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안을 윤 대통령이 재가하는 형식이 예상된다.
방통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7일 종료됨에 따라 임명을 위한 후속절차가 남았다. 야당은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보고 지명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리라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와 함께 대통령 몫인 부위원장 인선까지 단행할 전망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진 임기가 다음 달 12일 만료되는 만큼, 이에 맞춰 새 이사진을 선임하려면 최소 2명 이상의 상임위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퇴한 이상인 부위원장의 후임으로는 친여 성향의 법조인 출신인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야당이 방통위원장 및 상임위원 탄핵 시도를 거듭해 온 사실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도 방통위 인선 직후 방문진·MBC 경영진 인선까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 임명 직후 야당이 탄핵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임명된 사람이 아무 행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수고 여론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와 대통령실의 ‘핑퐁게임’은 방송4법 처리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 법안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처리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명약관화한데 같은 프로토콜을 밀어붙이는 야당, 거부권 외에는 답을 생각하지 않는 정부여당 모두 지도부가 경직돼 있다”며 “여야가 한동훈·이재명 지도체제 안착 후에는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디아이덴티티 소장은 “민생과 밀접한 비쟁점 법안들마저 여야 협의 없이 버려지는 것은 국력낭비”라며 “갈등이 반복되는 중이라도 진전되는 것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