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청문회 핵이 된 ‘수사 외압’
외압 의혹 경무관, 징계도 피해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의 인사청문회에 ‘수사 외압’ 사건이 부각되고 있다. 조 후보가 직접 관련돼 있지는 않지만 사건 발생과 처리과정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면서 향후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외압 당사자인 조병노 경무관(수원남부경찰서장)의 징계 처리 과정에 의혹이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며 “부속실장인 최 경위와 두 차례 이상 함께 인사이동을 했고, 인사청탁 의혹이 불거진 만큼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28일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1월부터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이 필로폰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사건을 수사해 왔다. 수사팀은 검거된 조직원들로부터 ‘인천세관 직원들이 편의를 봐줬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오자 강제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조 경무관이 수사 상황에 대해 수사팀에 문의를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조 경무관은 서울경찰청 간부였지만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위치였다.
당시 영등포서 담당 과장인 백해룡 경정이 수사 외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경찰청은 조 경무관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넘겼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조 경무관에 대해 서면 경고를 하는 것으로 징계를 마무리했다. 대신 수사 외압의 의혹을 제기한 백 경정은 일선 지구대장으로 인사조치됐다.
양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최근 5년간 경찰청 징계 의결 결과’를 받아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중앙징계위에 회부된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은 모두 33명이다. 이중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불문 처분을 받은 것은 조 경무관이 유일했다.
징계위에 회부된 28명은 중징계나 경징계 처분을, 4명은 ‘책임을 묻진 않지만 경고 조치한다’는 뜻의 ‘불문 경고’ 처분을 받았다. 사안이 같지 않지만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 경무관의 부속실장에게도 이목이 집중됐다.
양 의원에 따르면 경무관 중 전임 부속실장과 함께 새 근무지로 이동한 사례는 11건이었다. 이중 조 경무관과 부속실장인 최 모 경위가 같이 이동한 것이 2건이다. 최 경위는 조 경무관이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부속실장을 했고, 조 경무관이 수원남부서장으로 이동하면서 함께 이동해 부속실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경위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호씨와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 멤버다. 멋쟁해병 대화방은 수해 현장에서 숨진 고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동안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최 경위가 이 대화방에서 조 경무관의 승진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양 의원은 “조 경무관이 징계를 피하고도, 부속실장을 변경하지 않은채 2차례나 같이 근무하게 한 것은 경찰청 인사의 난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징계무마 의혹 등 조 경무관의 배경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9일 조 후보의 인사청문회에는 조 경무관은 물론 백 경정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