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한창인데…지지층도 안 모인다
당 대표 등 지도부 선출 대회인데 지지율 침묵
“어차피 정해진 결과” … 여론조사 응답률 떨어져
“일시적 현상” “대안 인식 못줘” 전망 엇갈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4월 총선의 압도적인 승리를 발판으로 입법공세를 취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정당지지율은 침묵하고 있다. 전당대회 시작 후 횡보를 보이는 한편 일부조사에선 여권에 오차범위 밖에서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게 나타나는 진보층의 응답률이 낮아진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전당대회에 대한 주목도가 지지층 안에서도 낮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세론’으로 고착화된 상황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과 함께 총선 승리 이후 확실한 대안세력의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도 나온다.
지난 26일 공개된 한국갤럽7월 4주차 정례조사(23~25일, 1001명, CATI,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여야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7%, 조국혁신당 9%, 개혁신당 3%, 진보당 1%였다. 무당층은 23%로 나타났다.
여야 양당 지지율은 7월 1주차부터 격차를 보이다 3주차부터 8%p차로 벌어진 상태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26% 국민의힘 25%였다. 한국갤럽은 한동훈 대표를 선출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영향이 여야 지지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22~24일, 1005명, 이동전화 가상번호)에선 국민의힘 36%, 민주당 25%였다. 국민의힘은 2주 전에 비해 6%p 상승했고, 민주당은 2%p 내린 결과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1%p로 올해 진행된 15차례 NBS 조사 중 격차가 가장 컸다.
◆“지지층 움직일 동력 안보여” = 정당 지지도에서 여당의 상승세와 관련해선 ‘자폭 전당대회’로 불릴 정도로 치열했던 특성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동했다는 평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총선에서 압승한 이재명의 민주당과 대항할 여권 인사가 누구인가에 대한 평가의 시간이었다”면서 “한동훈 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당원과 여당 지지자들의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타난 점이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추대 형식으로 진행되는 야당의 전당대회가 기존 흐름의 연장이라면 여당의 전당대회는 그나마 새로운 미래권력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여당 우세로 나타난 여론조사에서 각당이 유리한 층의 응답률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전국지표조사의 경우 7월 2주차 보수층 응답자가 277명에서 321명으로 증가했고, 진보층은 275명에서 264명으로 줄어들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1주 사이에 진보층은 277명에서 259명으로 줄고, 중도층이 298명에서 324명으로 늘어났다. 여권의 전당대회가 여론의 주목을 더 끌었다는 평가다.
물론 이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전당대회 등 이벤트 효과가 여론조사에서 일시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총선 이후 좀처럼 여론의 반등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초선의원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는데 왜 여론조사에서 여당에 계속 밀리는지 속 시원한 해명이 필요하다”면서 “원내·외에서 지도부의 요구대로 움직이지 않은 적이 없는데 이상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반문했다.
한 당직자는 “종부세나 금투세 같은 민생사안은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안인데 충실한 내부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묻고 가는 식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중도층의 불안감을 가져온 것 같다”면서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인상만 주게 되면 전혀 득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국회의 강경대치, 전당대회, 정책 이슈 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따로 진행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실점이 됐다”면서 “다수당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환점 돈 전당대회, 이재명 대세론만 강화 =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았고, 이재명 후보가 90%대 득표율로 독주체제를 굳혔다.
이 후보는 28일 끝난 충북 경선까지 9차례 지역경선(제주, 인천, 강원, 대구·경북, 울산, 부산, 경남, 충남, 충북)에서 90.41%대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권리당원의 온라인투표만 반영한 결과이지만 현장투표와 여론조사(지지층·무당층) 결과 등을 합산하는 최종 결과에서도 대세론을 구축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역순회 경선은 내달 17일 서울에서 종료되며, 다음 날인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민주당은 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 권리당원 56%, 대의원 14%, 일반 여론조사 30%를 각각 반영한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두관 후보가 27일 진행된 울산·부산·경남권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이 후보는 경남(87.22%)을 제외한 울산(90.56%)과 부산(92.08%)에서 모두 9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물론 전체 권리당원의 70%가 넘는 서울과 경기, 호남 지역의 경선 결과가 남아 있지만 ‘9 대 1’ 구도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표 경선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고착화됐지만 5명을 선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선전하며 정봉주 후보와 선두권을 형성한 것이 눈에 띈다. 28일 기준 누적 득표율은 정봉주(19.03%) 김민석(17.16%) 김병주(14.31%) 전현희(13.20%) 이언주(12.15%) 한준호(12.06%) 강선우(6.10%) 민형배(5.99%) 순이다. 김 후보는 특히 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대표 선대본부 총괄본부장’이라며 캠프 좌장역할을 맡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찐명 마켓팅’ 경쟁이라는 최고위원 경선의 특징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꼽힌다.
◆‘개딸’ 저격과 ‘수박’ 공세 = 대표 경선이 이목을 끌지 못한 반면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빈번하게 거론됐던 ‘개딸 논쟁’이 벌어졌다. 김두관 후보는 27일 부산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당내 소수의 강경 ‘개딸’들이 민주당을 점령했다”며 “이렇게 해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당원들의 항의와 반발이 이어졌고, 28일 충북 청주 CJB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충북 합동연설회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김 후보 연설이 시작되자 당원들 사이에서는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또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후보자들도 김 후보를 비난하며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정봉주 후보는 충남 지역 연설회에서 김 후보에게 “분열적 발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김병주 후보는 “(김두관 후보가) 열성 당원들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28일 SNS에 글을 올려 “소수 강경 개딸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진짜 당내 분열을 다양한 목소리를 막고, 배타적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갈등과 분열상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며 “총구는 밖으로 향하자”고 말했다. 충북 연설에서 이 후보는 “정당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며 “우리 사이의 차이가 아무리 큰 들 우리가 싸워 이겨야될 그들과의 차이만큼 크겠나. 총구는 밖으로 향하자”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