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원전 순방’에 장관 대거 동행 검토
대통령실 “체코 총리가 산업·교육·국토·과기 장관 동행 요청”
추가 2기 수주, 핵심기자재 수출, 웨스팅하우스 소송 등 과제
원전 수주 후속조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9월 체코 순방을 예고한 가운데 주요부처 장관들이 대거 동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 3월 최종계약을 유리하게 체결할 수 있도록, 외교 총력전을 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9일 “최근 특사들이 체코를 방문했을 때 페트로 피알라 총리가 산업통상부·교육부·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콕 집어 방한을 요청했다”며 “아직 9월까지 시간이 남았고 순방준비 초기단계지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체코 양국의 관계를 한층 두텁게 하고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면 향후 원전수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봤다.
앞서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사업 협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로 체코를 다녀온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5일 체코 측이 우리 기업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로 ‘공사 기간 준수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고 전했다.
성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특사단은 페트르 피알라 총리를 예방해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선정된 것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감사친서를 전달하고 후속조치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 실장은 “체코 측이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유 두 가지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인 가치를 두 나라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한국의 우수한 입찰서와 탄탄한 산업기반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었다”고 전했다.
성 실장은 “체코 측은 이번 입찰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하면서 한수원의 공사 기간 준수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체코 측은 신규원전 건설이 체코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성공적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자고 하는 한편, 원전 협력이 촉매가 돼 연구개발과 교육·혁신 분야까지 양국 간 협력이 대폭 확대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성 실장은 “양국은 산업부 장관 간에 핫라인을 구축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실무차원에서의 국장급 협의체를 정례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피알라 총리는 윤 대통령의 9월 체코 방문에 합의한 바 있다”며 “양국은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이 한-체코 관계 발전에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외교적 노력 외에도 체코 원전사업의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추가 2기 건설 여부다. 애초 체코 정부는 원전 4기를 발주했지만, 우선 2기만 진행키로 한 상태다. 남은 2기는 5년 내 국내 전력수요 등을 살펴 추가건설 여부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과정에서 한국기업의 터빈·원자로냉각재펌프 등 핵심 기자재를 추가 수출하는 일도 관건이다. 핵심 기자재 계약은 국제 입찰로 진행되는 만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와 또 다시 경쟁해야 한다.
미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도 숙제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체코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탈락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22년 10월 한수원과 한전의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수출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현재 한수원은 1차 항소를 제기,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안덕근 장관은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소송에서 풀어야 할 부분이 있는데, 현재 마지막 조율 단계”라며 “정부에서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 한수원이 해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미 정부와 원자력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원활히 해결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