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왜 국채시장이 중요한가
우리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한 후 제일 먼저 국고채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게 된다. 왜 그런가? 이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국채시장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국채는 정부가 전비나 사회보장비 등 재정지출을 위해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행되는데 국채시장은 이러한 국채가 발행되고 거래되는 시장이다. 국채시장은 애초에 부족한 재정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해 형성된 시장이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재정적자가 심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발전돼 왔다. 반면 전통적으로 재정흑자를 보였던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국채를 발행할 필요성이 적어 국채시장 발전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국채시장 IMF 외환위기 계기로 활성화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흑자재정이었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거의 없다보니 국채시장 발전도 독일처럼 더뎠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지원과 경기부양 등을 위해 국채발행 확대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국채의 원활한 발행을 위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다. 국채통합발행, 만기 다양화 및 장기화, 정례발행, 국채종류의 단순화, 국채선물 등이 대표적이다. 5월 말 현재 국채발행 잔액이 1145조원(우리나라 채권발행잔액의 약 40%를 차지)으로 대폭 커져 있어 국채시장 발전을 도모하지 않았다면 국채발행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
현대의 국채시장은 단순히 정부의 원활한 재정자금 조달만을 위한 시장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에서 그것을 넘어선 다음의 역할들을 하고 있다.
첫째, 국채시장은 통화정책이 파급되는 핵심적인 경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변경한다면 그 파급 효과가 가장 먼저 단기 국고채금리를 통해 점차 장기 국고채금리로 전달된다. 우리는 이것을 수익률곡선(yield curve)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수익률곡선의 움직임을 통해 통화정책의 일차 파급효과가 어떻게 금융시장에 투영되고 있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 통상 수익률곡선은 우상향하는데 26일 현재 장단기금리차(3년 국고채금리 – 기준금리)는 오히려 –47bp로 역전돼 지금 금융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적어도 50bp 이상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간혹 어떤 정부는 재정흑자로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음에도 수익률곡선의 적정한 형성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기도 한다.
둘째, 국채시장은 경제주체들의 자금조달 준거금리 역할을 한다. 만약 기업이 3년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할 경우 발행금리는 3년 국고채금리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붙여 결정되므로 3년 국고채금리는 기업의 차입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개인의 경우에도 주택구입 목적으로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하려 한다면 5년 은행채금리가 준거금리가 된다. 이 은행채금리는 5년 국고채금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5년 국고채금리는 차주의 이자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의 원활한 재정조달 넘어 금융시장에 중요한 역할
셋째, 주식시장은 국채시장과 무관한 듯 보이지만 사실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고채금리는 주가를 평가하는 할인율의 준거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일 국고채금리가 하락하면 미래의 주식배당 현금흐름을 평가하는 할인율이 낮아져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최근 세계 주식시장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10년 미국채금리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국채는 부도위험이 없고 다양한 만기로 발행되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동성이 매우 높다. 안전성과 유동성을 우선 고려하는 투자자에게는 딱 맞는 투자상품이다. 국채시장은 단지 정부의 자금조달시장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의 자금조달비용과 투자수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국채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