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시도지사협 발족 '뒷말' 무성
중앙지방협력회의 위상 흔들릴까 우려
"지나친 정치 참여 득보다 실 많다" 지적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12명이 시도지사협의회와 별도로 협의체를 구성한 일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적극적인 정치·정당 활동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협의회 결성 이유인데 자칫 지나친 정치참여로 자치행정을 정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17개 시·도지사가 모두 참여하는 시도지사협의회나 제2국무회의로 부르는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역할과 위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30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이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당대표 선거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당초 17일 협의회를 결성할 예정이었다.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열리는 날이고, 그 자리에서 협의회를 결성할 예정이었다. 이날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6일 앞두고 있었던 만큼 시·도지사들이 당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시기였다.
당시 국민의힘 시·도지사들 상당수가 한동훈 후보와 각을 세우고 있었던 점도 눈에 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공개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을 제외한 충청권 단체장 3명도 친윤을 자처하며 한 대표와 각을 세웠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특정 후보가 아닌 여의도 정치권 전체를 비판하고 나섰다. 당대표 선거 직전 모든 후보들을 향해 ‘정신 차리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집중호우 탓에 중앙지방협력회의가 25일로 연기되면서 협의회 결성 또한 함께 연기됐다.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협의회가 결성됐다. 첫 대표를 맡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앞으로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도 소통하면서 가감 없이 민심을 전달하고 당과 국가발전을 위해 힘껏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도지사협의회와 중앙지방협력회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선 8기 들어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이른바 ‘제2 국무회의’로 자리매김해 주목받았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모두 참석해 시·도지사들이 제안한 안건을 논의하는 모습이 이례적이었다. 시도지사협의회도 함께 눈길을 끌었다. 시도지사협의회가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준비하는 실무주체의 한 축을 맡고 있고, 협의회장은 국무총리와 함께 중앙지방협력회의 공동부의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은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 출범에 고개를 갸웃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정당 내 활동이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기존 시도지사협의회와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을 사전에 논의하거나 협의해 결정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시도지사협의회와 중앙지방협력회의 역할을 키우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힘 시·도지사들의 적극적인 정당정치 참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광역지자체 간부공무원은 “시·도지사들이 대부분 국회의원 경력을 가진 유력 정치인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전당대회 같은 민감한 정당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지방행정을 정쟁의 장으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시·도지사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성욱 인천시 대변인은 “지역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방국진·이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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