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주민대피시스템 ‘마~어서대피’ 효과 봤다

2024-07-30 12:59:59 게재

5189개 마을순찰대 구성

아직까지 인명피해 없어

경북도가 올해 새로운 주민대피시스템을 가동해 지난해 북부지역 물폭탄과 산사태에 따른 대량 인명피해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30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1일까지 경북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지만 ‘마~어서대피’시스템을 본격 가동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시기 경북 상주시 모서면에는 누적 최고 강우량이 689㎜를 기록했고 북부권 24개 읍·면·동에서도 5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 등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경북도는 마을순찰대 중심의 ‘마~어서대피’체계를 전면 가동했다. ‘마~어서대피’는 재난대응 상비군인 마을순찰대의 ‘마’와 “어둡기전에, 서둘러, 대피소로, 피하세요”의 앞글자를 따서 명명했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9일부터 총 11회에 걸쳐 2만3000여명의 마을순찰대가 비상대기하며 각종 재난구조활동에 투입됐다. 특히 집중호우가 본격화된 이달 7일부터는 총 9회에 걸쳐 3295가구 4469명의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마을순찰대는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위기의 순간에도 거동이 불편한 주민과 취약계층 대피에 앞장섰다.

지난 8일 새벽 3시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 일원에는 10분에 42㎜라는 이례적인 집중호우가 내려 하천이 넘쳤고 산사태도 발생해 19가구 2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 21채와 농경지 130㏊가 침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유명욱 금학리 이장은 마을순찰대원과 함께 급류로 고립된 마을 어르신 16명을 업거나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지난 8일 안동시 임동면 대곡1리에서도 새벽부터 아침까지 170㎜이상의 비가 내렸다. 마을순찰대는 전날 90대 어르신과 외국인 근로자 등 주민 15명을 경로당으로 1차 대피시켰으나 갑작스러운 폭우로 물이 넘치는 등 대피소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소방 경찰 순찰대 등으로 구성된 주민대피협의체를 일사불란하게 가동해 인명 피해를 막았다.

앞서 경북도는 올해 초 전국 최초로 ‘안전행정실’을 신설했다. 안전행정실은 12시간 전 예보제, 1마을 1대피소 설치, 주민대피협의체 구성 등을 담은 경북형 ‘마~어서대피’대책을 추진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관 주도에서 주민 주도인 자발적 대피유도로 전환한 것이다.

도는 또 본격 장마철과 호우기에 앞서 주민 스스로 지키고 위험할 때 대피하는 마을순찰대를 전국 최초로 구성하고 2개월에 걸쳐 실제상황과 같은 훈련을 진행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번 집중호우 기간 전국 최초로 경북형 ‘마~어서대피’ 시스템 가동을 통해 주민 스스로가 위험하면 대피하고 대피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대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최세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