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상생’으로 뜬 백종원, ‘가맹점 갑질’ 낙인 위기

2024-07-30 13:00:01 게재

유명세 타고 더본코리아 연 매출 4천억에 매장수만 2800개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허위매출 제공” … 공정위 조사 착수

가맹사업법 9조 위반 주목 … ‘가맹리스크’에 상장 불발 위기

자영업자·지방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외연을 확장해오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암초를 만났다. 백씨가 운영하는 가맹본부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4107억원으로, 전년(2822억원) 대비 45.5% 성장했다. 가맹점수만 2800개를 웃돌 정도다. 최근에는 코스닥시장 상장까지 준비하면서 ‘가맹점 재벌’ 탄생이 예고됐다.

잘나가던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가맹 리스크’의 덫에 걸렸다. 계열사인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달리던 ‘백종원’으로선 말 그대로 최대위기에 놓인 셈이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 핵심관계자는 “가맹점협의회 신고가 접수됐고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조사 중인 사건”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인만큼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앞둔 더본코리아가 가맹사업법 위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먹거리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백종원 대표(왼쪽)와 천영기 통영시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경남 통영시 제공

연돈볼카츠 가맹점 피해사례 발표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강남구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피해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월 매출 3천만원 제시” =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는 지난달 24일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신고 내용의 핵심은 더본코리아가 가맹점 상담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을 부풀려 광고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맹본부가 월 3000만원 수준의 매출과 20~25%의 수익률을 보장했으나 실제 매출은 1500만원으로 절반에 그치고 수익률도 7~8% 정도”라고 강조했다.

더본코리아도 공정위 요구에 따라 ‘매출을 보장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소명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백종원 대표도 “영업사원이 영업 활동을 위해 한 말을 본사가 한 말로 꼬투리 잡아 본사가 약속한 것처럼 보상을 바라는 것은 잘못”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핵심은 가맹사업법 위반 여부다. 이 법 제9조는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계약의 체결·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제재한다. 가맹사업법 시행령(제8조제1항제1호)도 ‘객관적인 근거없이 가맹희망자의 예상수익상황을 과장하여 제공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가맹본부가 최저수익 등을 보장하는 것처럼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말로 설명했더라도 법 위반” = 이 때문에 일부 가맹점주 주장대로, 본사 직원인 영업사원들이 다수의 가맹희망자들에게 ‘월 3000만원 매출’을 언급했다면 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정위 출신의 이동원 ‘법무법인 흰뫼’ 고문은 “가맹사업법 9조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은 서면은 물론 구두언급도 모두 포괄한다. 이런 언급을 가맹본부의 직원이 가맹희망자들에게 여러 차례 했다면 가맹사업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가맹희망자들에게 부풀려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계약 여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맹희망자를 기만하는 행위란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19일 디저트 전문 브랜드 ‘디저트39’의 가맹본부인 에스엠씨인터내셔을 같은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디저트39가 가맹점주들에게 예상매출액을 과장해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공개서 제공의무를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억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가맹희망자의 가맹계약 체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포 예상매출에 대해 가맹본부가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다수의 가맹희망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부당한 거래 관행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에도 영향 미칠까 = 공정위가 조사를 거쳐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공정위가 조사를 거쳐 심사 결과 법 위반 행위가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리면 경고, 시정조치, 과징금 또는 과태료 납부 명령, 고발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로 더본코리아의 증시 상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29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신청서를 냈다. 거래소는 더본코리아 상장 예비 심사에서 연돈볼카츠 점주들의 주장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 기간은 45영업일이다. 이를 고려하면 더본코리아 상장 심사는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필요에 따라 심사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연돈볼카츠 매출 반토막 = 백 대표는 지난 1994년 1월 더본코리아를 설립해 프랜차이즈계 대기업으로 성공신화를 썼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역전우동, 홍콩반점, 연돈볼카츠 등 브랜드만 2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 수는 2800여 개 달한다. 지난해 매출이 급성장한 더본코리아는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더본코리아의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약 1176억원이다. 반면 유동부채는 614억원이며, 부채비율도 57.0%에 불과해 재무구조도 튼튼한 편이다.

하지만 계열 가맹본부 가운데 연돈볼카츠는 매출과 가맹점 수가 급감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연돈볼카츠는 2021년 8월 출원한 뒤 매장이 68개까지 늘었다가 지난 26일 기준 31개로 줄었다. 지난해 연돈볼카츠의 가맹점 당 평균 매출은 1억5699만4000원으로 전년도 2억5976만원 대비 39.6%, 약 40%가량 감소했다. 면적(3.3㎡) 당 평균 매출액도 지난해 1413만2000원으로 2022년 2202만7000원 대비 35.8% 줄었다.

한편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 논란이 확산되자 백 대표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해명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연돈볼카츠 점주들에게 본사가 공급하는 식용유 가격을 내리겠다고 공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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