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없고 ‘탐욕’만…난맥상 티몬·위메프
무리한 ‘역마진’ 판촉 마케팅 남발
큐익스프레스 상장 수단으로 활용
‘회생신청’도 시간끌기 꼼수 비판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빚은 티메프(티몬·위메프)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실상 재무 관리 기능을 박탈당한 채 영업·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기형적인 조직 운영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자가 날 게 뻔한데도 몸집 키우기를 위해 비정상적 판촉활동을 해왔다.
모기업 큐텐이 처음부터 입점업체나 소비자와 ‘상생’은 무시하고 자회사 상장으로 ‘한몫’ 챙기려는 의도가 다분했지 않았냐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수습책 발표 반나절도 안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도 절박한 입점업체 사정은 외면한 채 ‘혼자만 살겠다’는 꼼수란 비판이 나올 정도다. 난맥상이 드러난 셈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모회사인 큐텐은 지난해 4월 티몬 조직개편을 통해 기술본부를 큐텐으로 통합한 뒤 그해 6월 개발과 재무 기능까지 흡수했다.
2022년 9월 주식교환 형태로 티몬을 인수·합병한 지 1년도 채 안 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핵심 기능을 모두 갖고 간 셈이다. 큐텐이 지난해 5월 인수한 위메프의 경우 인수합병 즉시 개발과 재무 파트를 흡수 통합했다. 별도 조직 개편 공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는 영업본부만 정상 기능을 수행하며 가혹한 판매 경쟁에 내몰렸다.
매달 큐텐에서 판매 건수 목표량이 내려와 티몬과 위메프는 이 목표량을 맞추는 데 역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목표량 충족 여부에 따라 인사고과가 매겨졌고 성과급이 책정됐기 때문에 ‘역마진’에 이르는 무리한 판촉 마케팅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의 손실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에는 이런 비정상적인 판촉 활동에 브레이커를 걸어줄 조직이나 장치가 없었다고 한다. 큐텐이 두 플랫폼의 재무 조직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임직원들도 자사의 재무 상태가 어느 정도로 악화했는지 알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큐텐의 티몬·위메프 인수합병과 재무·개발 기능 박탈, 무리한 판매 건수 늘리기 등 일련의 과정이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구영배 큐텐 대표의 큰 그림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건수가 늘어날수록 물류를 맡은 큐익스프레스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여서 두 플랫폼을 상장을 위한 매출 키우기 수단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규모 정산과 환불 지연 사태를 겪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 오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두 회사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한 뒤 기업회생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 통상 이 절차는 1주일가량 걸린다. 통상적으로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하는데, 법원은 신청 회사가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 결정을 내린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할 때까지 모든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기업회생 신청이 ‘시간 끌기용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회생에 들어간다면 입점 판매업체들이 정산 지연 등으로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정산 금액 규모는 최대 1조원 넘게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플랫폼은 판매자들 이탈로 상품거래가 중단된 데다 회생절차까지 신청하면서 피해 회복 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업회생 신청에 따라 채권단은 기존 티몬·위메프 대출업체와 이번 사태로 고객 환불에 나선 카드사와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페이사를 비롯해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셀러)는 최대 6만곳으로 예상된다.
만약 기업회생이 받아들여지면 이들 판매자는 채권자 신분이 된다. 그러나 티몬과 위메프는 채무상환까지 다소 시간을 벌고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되지만 다수의 판매자는 일부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한 판매자들의 연쇄 도산도 우려된다.
채권단이 회생에 동의하지 않으면 티몬과 위메프는 파산을 신청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티몬과 위메프에 처분할 자산이 없어 판매자들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말 기준 위메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금액은 375억원이고 티몬은 2022년 기준 1294억원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자산 처분이 아닌 ‘외부 수혈’을 계속 거론한다.
티몬과 위메프는 “거래중단과 회원이탈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부득이하게 회생을 신청했다”며 “구조조정 펀드 등을 통한 자금조달 추진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병수 기자·연합뉴스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