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 때리기 강화 …“때가 됐다”
‘댓글팀’ 운영 의혹 고발, 공소취소 청탁 수사의뢰도
채 상병 특검법 압박 … ‘한 특검법’ 청문회 추진 방침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튀어나온 ‘댓글팀’ 운영 의혹과 나경원 의원의 ‘공소 취소 청탁’ 주장을 꺼내 들었다. 한동훈 대표가 약속한 채 상병 특검 제3자 추천안 추진 여부도 공세의 소재가 될 전망이다. 야당 단독으로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시킨 ‘한동훈 특검법’은 공청회와 청문회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세뿐 아니라 여권 내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 갈등을 키우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민주당은 29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여론조성팀’(댓글팀) 운영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대표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공소 취소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는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당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후 여권 내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이슈를 야당이 다시 꺼내든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표의 법무장관 재직 당시 ‘여론 관리를 해주고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는 의혹이 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됐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한 대표를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에 등장한 여론조성팀은 ‘선거 전략’을 운운하기도 했다”며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의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어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무원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것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이자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론사 및 포털사의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며 “명백한 범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달초 SNS에 이번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한동훈 당시 장관이 해당 메시지들에 담긴 여론조성 동향을 보고받은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한 대표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공수처 등에 각각 고발했다.
민주당은 또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주당은 “여당 전대 과정에서 한동훈 대표는 나 의원이 2019년 당시 발생한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 공개했다”며 “영향력 있는 여당 정치인으로서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소를 강요하는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나 의원의 공소취소 청탁은 공소권을 사적인 권리인 양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며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법무장관 재직 당시 나 의원으로부터 2019년 4월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불거진 위 두사안은 극심한 내부갈등을 일으키며 ‘자폭 전대’라는 정치적 평가를 받게 한 단초가 됐다. 공소취소 청탁 논란으로 당내 반발이 커지자 한동훈 당시 후보가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한 대표에게 날을 세워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자기가 불리하면 무엇을 더 까발릴지가 걱정”이라며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자기 필요에 의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자료로 악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열한 짓”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저열한 마타도어’라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29일 “시중에 떠도는 뜬소문을 탄핵 소추의 사유로 들어 비웃음을 샀던 딱 그 수준”이라며 “민주당을 향한 ‘이재명 일극체제’의 비판과 비난의 화살을 국민의힘으로 돌려보려는 심산이라면 착각하지 마라”고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상정해 전체회의에 계류시켰다. 한동훈 특검법은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1호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으로 한 대표의 자녀 논문 대필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댓글팀’ 의혹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공청회와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이 전례가 될 전망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와 관련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본이 안 되는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인가”라고 반발했다.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처리된 채 상병 특검법도 한 대표에 대한 압박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사표를 내며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대표가 되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면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예고했다. 29일 MBN 인터뷰에서도 “제3자 특검법,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특검을 말하는 것인데 이 정도로 해야 국민께서 오해를 푸실 것이고 당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잘 설명하려고 한다. 발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길을 찾겠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한 대표의 약속이 실제 법안 발의로 언제 이뤄지느냐인데 대표 취임 이후 한 대표 주변에선 오히려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표 최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했다. 정광재 전 한동훈 캠프 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전향적으로 판을 바꿔서 국민께 소상히 설명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지 않겠나”라면서도 “대통령실과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8월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처리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은 재표결 부결 후 “보다 강력한 특검법을 재발의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가 언급한 특검법 안에 대한 논의가 담길 공산이 크다.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한 대표와 국민의힘 친한 그룹을 압박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특검법 추진 약속 파기 논란 또는 당내 분열양상의 재부상이 예상된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