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세우기식 평가로 현장 목졸라”
경찰직협, 평가 문화 개선 요구 …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폐지도
젊은 경찰관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동료들이 실적 위주의 평가 문화 개선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의 잘못된 대책과 조직 개편으로 최근 경찰관 3명이 사망했고, 1명이 투신했으나 목숨은 건진 상황”이라며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경찰직협은 일선 경찰관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과로사로 내몰리는 원인으로 실적 위주의 줄세우기식 평가와 현장인력 부족 문제를 꼽았다.
경찰직협은 “장기미제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 운용 등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신설 등 조직 개편으로 인한 현장인력 부족 현상은 수사 경찰의 업무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실적 위주 성과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직협은 이 외에 △인원 충원 때까지 현행 수사 감찰 점검 업무 및 경찰서장 대책 보고 중단 △초임 수사관의 업무 적응을 위한 대책 마련 △업무 스트레스 측정 긴급 진단 실시 등을 요구했다.
특히 경찰직협은 실적 위주의 평가를 폐지하면 수사 지연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적 위주의 평가를 한다고 수사 기간이 단축되지는 않는다”며 “실적 위주 평가가 없더라도 다른 보완책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30대 A 경위가 지난 18일 사망한 것을 비롯해 충남 예산경찰서 소속 B 경사, 서울 동작경찰서 C 경감 등 일주일 새 일선 경찰관 3명이 숨졌다.
지난 26일에는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D 경감이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A 경위는 수사 부서에 발령될 당시 전임자가 맡았던 사건 53개를 한꺼번에 배당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B 경사도 발령 후 업무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며 정신과 진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경찰관은 113명으로 파악됐다. 연도별 경찰관 자살자 수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이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최소한의 인원을 갈아넣어 최대한의 일을 처리하는 것을 성과이자 효율로 부르는 곳을 우리는 악덕기업이라 칭한다”며 “공직사회 모습은 과연 이들과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잇따른 경찰관 사망 사건은) 그간 지적된 공직사회 병폐를 그대로 압축한 듯하다”며 “사람이 죽어 나갈 수밖에 없는 비정상적인 체계가 유지되는 한 공직사회 미래는 뻔하다”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