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단체장과 지자체는 무슨 색깔일까

2024-07-31 13:00:01 게재

최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빚어졌다.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뒷전인 채 게양대 높이와 관련 예산 규모가 쟁점이 됐다.

서울시는 3.1운동을 비롯해 서울 수복과 6월항쟁 등 대한민국 국민과 역사를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나누고 월드컵 올림픽 등에서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태극기’에 방점을 찍어 설명했다.

태극기는 대한민국 국기인 만큼 대표 상징물인 건 맞다. ‘광화문광장의 태극기’도 그러할까. 시민들의 인식 속에는 ‘태극기 집회’가 먼저 일 것이다. 자칫 서울시가 앞장서 시민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 될 수 있다.

태극기 게양대 논란을 지켜보면서 ‘단체장의 색깔’을 생각하게 됐다. 단체장이 출마할 때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는지라 각 정당 대표색이 단체장의 색깔일 수도 있겠다. 해당 정당을 지지하는 시민들만의 ‘반쪽짜리 단체장’이라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는 모두의 단체장이다. 단체장과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혹은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까지 포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모든 선출직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사항이기도 하지만 주민들 삶과 가장 가까이 있는 단체장은 더욱 그렇다.

기초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단체장이 앞장서 색깔 관련 논쟁을 자초하는가 하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을 강연자로 초빙하기도 한다. 유사한 행사에 의회와 주민은 물론 언론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도 개의치 않는다.

민선 8기 들어 서울 동대문구는 구 색깔을 보라(퍼플)로 바꾸고 각종 상징물에도 보랏빛을 입혔다. 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인데 해당 정당을 상징하는 빨강이 아니다. 신인류를 의미하는 ‘퍼플피플’에서 따왔다고 하지만 다른 뜻으로도 읽힌다. 색의 원리에 따르면 보라는 빨강과 파랑을 섞을 때 나온다. 국민의힘 빨강에 더불어민주당 파랑이 합쳐진 셈이다.

어느 샌가 단체장들이 선거시기에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 옷을 입는 건 물론 당선 이후에는 도시 상징색까지 바꾸고 있다. 현장에 내건 게시물 색깔을 들어 선관위에서 ‘선거법’ 운운한 사례도 있다. 공식 석상에서 입는 옷이나 넥타이 등 색깔도 정당색을 따라간다.

최근 만난 한 단체장은 “상대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 옷을 입었더니 주민들부터 지적을 하더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민선 8기 절반을 도니 단체장마다 ‘초심’을 이야기한다. 그 초심 중 기본은 특정 정당 지지자가 아닌 전체 주민의 대표라는 점이다. 갈등은 지양하고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 단체장은 물론 지자체 공무원까지 ‘색깔’을 고민했으면 한다.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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