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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기본권 보장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2024-07-31 13:00:01 게재

저출생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이 2023년에 0.72명, 올해 0.68명, 그리고 내년 0.65명으로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급격한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은 태어난 아이들의 기본적인 삶을 공동체가 책임지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강조하게 된다.

2019년 5월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정책대상인 아동을 보호대상 아동에서 일반 아동까지 확대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가져온 출발점이었다. 학대·유기 등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지자체 책임 하에 철저히 보호하고, 그동안 민간이 수행한 학대 조사 업무를 시군구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혁신했다.

올 7월 19일부터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돼 병원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의 출생이 자동으로 등록되어 법적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등록 영유아’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출생통보제 시행과 동시에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도입되었다. 혼인 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위기 임산부가 의료기관 출산을 피할 우려를 덜기 위해서이다.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 오명 벗게 돼

2025년 7월에는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이 2년의 준비를 거쳐 시행된다. 필자에게 입양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 초 해외입양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한때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도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입양의 역사는 6.25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고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등을 중심으로 고아들을 향한 관심과 지원이 시작됐다. 1950년대부터 2021년까지 해외 입양아수는 약 16만8000명, 국내 입양아를 포함하면 약 25만명의 아동이 국내외로 입양됐다. 그동안 입양기관의 아동보호, 양부모 적합성 확인, 결연 등 모든 과정을 민간 입양기관이 담당하다 보니 국제기준에 맞는 입양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그러므로 국회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두 개의 입양 관련 법률은 큰 의미가 있다.

국내입양 특별법은 친생부모 상담, 입양 대상 아동 결정 및 입양아동 보호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지자체는 아동 입장에서 입양이 최선의 조치인지를 심의하고, 입양절차 완료 전까지 아동의 보호책임을 담당한다. 국제입양법은 국내에서 양부모를 찾지 못한 경우에만 해외입양을 고려한다. 입양을 받는 국가도 양부모의 적격성을 심사해 양측이 심사내용을 서로 보증한 뒤 우리나라 가정법원이 입양을 허가해야만 가능하다.

현재는 민간 입양기관에 등록된 아동 및 예비 양부모 사이에서만 입양이 이뤄지고 있지만 2025년 7월 이후에는 국가가 대상 아동과 양부모 선정을 관리하게 된다. 입양과 관련된 모든 기록과 자료의 보관 및 입양 관련 정보공개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되고 입양인은 아동권리보장원장에게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해외로 간 입양인이 성인이 돼 본인의 뿌리를 찾아 우리나라를 방문해 부모를 상봉했다는 감동적인 보도가 왕왕 있었다. 입양기록은 입양인의 출생과 삶의 궤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입양인의 알 권리 충족과 정체성 탐색을 돕는다. 약 25만건에 달하는 입양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은 중요한 만큼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입양기록관 건립이 필요하다.

또한 대다수 나라들이 비준한 ‘헤이그 국제아동협약’ 비준이 가능해졌다. 입양 관련 두 법률안 시행으로 아동 최선의 이익 우선과 아동 보호의 국가 책임이라는 협약의 기본원칙을 충족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5년 협약 비준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아동기본권이 잘 보장되는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

아동을 권리주체로 인식하는 시각 필요

아동은 우리의 미래다. 아동에 대한 투자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하고 기본적인 투자다. 아동이 성별·나이에 차별받지 않고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한 사회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아동기본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아동이 보호와 돌봄의 대상을 넘어 부모의 종속적인 객체가 아닌 권리주체로 인식되고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정책 대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저출생 극복의 또 다른 출발점이다.

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 전 보건복지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