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168.6조, 역대급 세수펑크난 작년보다 10조 덜 걷혀
정부는 반도체산업 호조 기대하고 있지만
세제감면 혜택 더 커, 세수증대 효과 없어
올해 6월까지 국세 수입이 168조6000억원에 그쳤다. 56조원이 넘는 세수펑크를 기록한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10조원이 덜걷혔다. 이른바 ‘법인세 쇼크’로 법인세가 작년보다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있어 하반기 삼성전자 등이 내는 법인세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받을 세제혜택이 더 커 세수증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통해 대기업 세제혜택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6월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올 1~6월 국세 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조원(5.6%) 감소했다. 국세 수입 급감의 주요인은 법인세 감소다. 영업실적 악화로 6월까지 걷힌 법인세는 30조7000억원에 그쳤다. 1년 전보다 16조1000억원(34.4%) 급감했다.
소득세는 2000억원 늘어난 58조1000억원이 걷혀 작년과 비슷했다. 부가가치세가 상대적으로 많이 걷혔다. 6월까지 부가세는 41조3000억원이 걷혀 작년보다 5조6000억원(15.7%)이 늘었다. 결국 법인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아 생긴 세수펑크를 부가세가 일부 메꾼 꼴이다. 부가세는 재화를 거래하는 모든 경제주체가 일괄적으로 내는 세목이다. 재정당국으로선 “부자감세로 생긴 세수부족을 서민증세로 만회하고 있다”는 지적에 할말이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같은 세수흐름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올 8월 말 법인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통상 전년도 사업실적에 따라 3월과 8월(상반기)에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 8월 법인세수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서야 세수부족을 메꿀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상반기에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실제 내는 법인세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그동안 못 받은 세액공제를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이연법인세 규모가 이미 10조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시스템을 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세액공제·감면에 대한 법인세 효과는 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공제와 설비투자 공제 등 세액공제를 통해 삼성전자 법인세를 깎아준 금액이 5조원을 웃돌았다는 뜻이다. 여기에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 법인세 비용은 -7조9000억원이다. 법인세 비용이 ‘마이너스’가 되면 추후 법인세가 발생했을 때 그만큼 깎아준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7조9000억원의 법인세를 덜 낸다.
이런 식으로 그동안 못 받은 세액공제를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이연법인세의 자산 순액 규모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까지 총 9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SK하이닉스의 이연법인세 자산 순액 역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법인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면서 일부 사업 예산 집행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예산 불용액은 4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